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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즈 Mar 18. 2024

서울국제마라톤 그리고 1년 후

2024년 서울국제마라톤 성장기록

왜 마라톤인가?

그동안 여러 가지 스포츠를 경험하였다. 축구, 야구, 배드민턴, 골프, 족구, 볼링 대체로 승부를 겨루는 구기종목이 대부분이었다. 코로나 덕분에 서른의 끝자락에 만난 마라톤을 시작한 지 벌써 2년 6개월이 시간이 흘렀다. 인간이 맨 마지막에 빠져드는 스포츠가 마라톤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 리모컨으로 TV로 돌리다 보면, 서너 시간 이상 도로를 달리는 스포츠는 관심 밖에 있었다. 그 이유는 인간이라는 몸으로 42.195km를 달리는 것은 미친 짓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근데, 그 미친 짓을 내가 미친 것처럼 하고 있음에 놀라웠다.


마라톤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아무거나 주어신고 달렸던 첫 번째의 10km의 기록은 64분... 운동을 거듭할수록 기록은 점점 성장해 나가며 성취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운동이었다.


매일매일 쳇바퀴를 돌듯, 똑같은 일상을 마주하며 사회에서는 누구 하나 나에게 잘한다 해주거나 칭찬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늦은 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나의 시계가 5km 최고기록 10km 최고기록 이라며 가로등 불빛아래 시상식으로 초대하여 나 홀로 포디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게 된다.  그렇게 나는 매일 마라톤에게 칭찬과 인간로서의 존재감을 찾게 되었다.


2023년의 나, 그리고 2024년의 나


첫 번째, 훈련과 마일리지

24년의 서울국제마라톤을 위해 가장 노력한 것은 수요일은 인터벌주말은 장거리훈련을  불문율처럼 하였다. 23년과 24년의 1월 ~ 2월 마일리지를 비교해 보면 올해 훈련량이 약 120km가량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러닝은 패션이다.

요즈음 재밌게 보고 있는 유튜버인 "유창한 하루"의 심창언님께서 주장하시는 "러닝은 패션이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주로 에 선 마스터즈 선수들의 얼굴에도 비장함이 느껴졌지만 각양각색의 패션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MPRS 유니폼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입은 사람들

형광색으로 깔맞춤 한 사람들

임금님, 예수님, 헐크, 예수님, 스파이더 맨, 백설공주 등


나의 패션도 1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김영복 TV의 김영복 감독님께서는 러너가 옷은 거지옷(?)을 입더라도, 신발만큼은 최상급 신발을 신으라고 하셨지만 우리의 마스터즈 러너들은 장비만큼은 엘리트 러너에 꿀리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나 역시  좀 더 가볍게, 좀 더 편하게, 좀 더 멋있게를 추구하다 보니, 2023년 스타일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그중에 단연 최고의 아이템은 하이퍼크래프트 고글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못생김 방지에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시간이 지나는 만큼 주워들은 것도 많다 보니 지갑에 돈이 모일 틈이 없어 나가고 있다.


나의 민트색 룰루레몬 애착바지는 이제 공식대회에서는 보기 어렵게 되었다.

세 번째는 기록이다.

첫 번째 메이저 마라톤 풀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어리바리 런린이로 뛸 때와 한 번의 경험이 있는 두 번째 서울국제마라톤은 달랐다.  초조함과 분주함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알게 되었다. 새벽 1시 목포를 출발한 전세버스에서부터 달랐다. 여유롭게 새벽식사를 마치고, 또 여유롭게 환복과 테이핑 대회장에 도착해서는 갈팡질팡 했지만 출발 시간에 맞춰 마지막 한 방울까지 화장실에서 해결하였다.


노션으로 마라톤 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https://pinto-starburst-f51.notion.site/Marathon-history-1-aff6311426834c13933461e7505c147b?pvs=4  <- 마라톤 DB이동


사실 훈련 등 과정에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마라톤에서는 가뿐하게 3시간 25분 이내로 들어올 줄 알았지만 역시, 풀 마라톤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어찌 되었든, 3:31:04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에도 1년 동안에 성장하였고, 성취하였다.

그리고 또,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트랜스제주 100km!!


2017년도부터 1월이면 나의 연간목표를 수립한다. 지금까지 내가 세웠던 목표의 70%는 그해에 달성되었고 20%는 그다음 해에 달성되었다. 10%는 성취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고로, 내가 선언하고 목표한 모든 것은 성취해 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아마도 트랜스제주 100km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동마는 끝났지만, 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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