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궁금해서]
34도 폭염, 다들 어딜 그리 가세요
장마와 폭염, 기상청조차도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졌던 올여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쾌적한 실내 공간으로 몸을 피했어요. 실제로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는 8월에 높은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 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덕분이었죠.
이 극심한 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이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야외’ 야구장이에요.
놀랍게도, 이번 시즌 KBO 리그는 벌써 900만 관중을 넘어서며 천만 관중을 바라보고 있어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달 50만 명가량 증가한 수치로, 특히 새롭게 야구에 입문한 20대 팬층이 두드러지게 많아졌다고 해요.
무더위 영화 관람보다 야구 관람
비싼 영화, 관심 없어. 최고급 IMAX도-.
이 무더위에 구경거리가 필요했다면 시원한 영화관을 택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사실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개인적 경험’에 가까워요. 상영 중에는 일행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고, 주로 조용히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반면, 경기장은 에너지를 공유하는 공간이에요. 함께 응원가를 부르고, 환호하는 등 관람객들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요. 따라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건 영화와는 다른 ‘사회적 경험’으로 다가오죠.
또한, 야구 경기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뛰어나요. 영화 티켓 만 오천 원이 넘어가는 요즘, 영화 대신 3시간 동안 친구와 함께 춤추며 응원하고 즐길 수 있는 야구 경기가 더 나은 선택이 되는 거죠.
이렇다 보니, 영화관의 경쟁자로 스포츠 경기가 떠오르고 있어요.
스포츠 경기 역시 실시간 중계가 수반 되기 때문에 ‘관람’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거예요. 이러한 상황에서 CGV는 영화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2024 KBO리그를 단독 생중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또, OTT 플랫폼 ‘티빙’이 KBO 리그 온라인 중계권을 독점하면서, 티빙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급등했는데요. 이처럼 ‘현장’으로 나가는 야구 팬들의 발걸음을 OTT로 돌리기 위한 티빙의 노력은 실제로 OTT 시장 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어요.
(티빙의 야구 중계권 독점과 OTT 시장의 변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티빙, 넷플릭스를 잡아라’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물론, 올해 KBO리그가 큰 인기를 끈 이유는 날마다 달라지는 순위, 류현진의 귀환, ABS의 도입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장감’이 야구의 매력을 한층 높여주는 것 같아요.
경기장 밖에서도 야구를 즐기자
야구에 대한 열기는 경기장 밖에서도 계속되고 있어요. 유튜브에서 야구 관련 영상의 총조회수는 월별 1억 뷰에 달하는데요. 작년 같은 시기 총조회수는 6500만 뷰 정도에 머물렀으니, 많은 이들이 온라인상에서도 야구를 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SNS에서 야구 콘텐츠가 바이럴되는 이유는 20대 야구팬들이 증가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열기를 반영해 각 구단은 팝업스토어를 열고 야구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이처럼 팬덤이 커질수록, 경기장 바깥에서도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요.
LG 트윈스 X 마루는강쥐 : 채이는 반칙이지…
올해 더 치열해지고, 더 귀여워진 유니폼 콜라보 마케팅.
콜라보 경쟁의 최종 승자는 LG트윈스라고 생각합니다. 왜냐구요?
귀여운 마루와 귀여운 채이가 만났으니까. 지갑을 열 수밖에 없으니까.
많은 프로야구단이 인기 캐릭터와 협업해 20대 여성 팬층을 공략하고 있죠. 두산 베어스는 마스코트인 곰과 연관된 ‘망그러진 곰’과의 콜라보를 진행해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큰 성공을 거뒀어요.
하지만 명분 없는 과도한 상술은 팬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구단과 캐릭터 간의 연관성이나 서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요. LG 트윈스는 박지원 선수의 딸 ‘채이’와 팬들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했어요. 채이는 이미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기 때문에, 홍보 콘텐츠 전반에 함께하게 된 거죠.
만약 구단과 협업 캐릭터가 두산베어스와 같은 연관이 없다면, LG 트윈스와 같은 접근도 좋은 레퍼런스가 될 거예요.
온오프라인 경험의 연결
이제 우리는 소비의 시대를 넘어, 경험을 중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영화관과 야구장의 관람객들이 보여주는 차이는 단순히 실내와 야외의 차이가 아닌, 소비자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표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단순히 '구경거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경험'을 추구해요.
야구장은 그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장을 넘어선 의미를 지녀요. 팬들은 함께 응원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자신들이 속한 팬덤에서 소속감을 느껴요.
또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단순히 온/오프라인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야구장에서의 경험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그 경험을 공유하고,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죠.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경험이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