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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맑 Aug 07. 2023

여름의 마지막 날

오늘도 내 세상은 맑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볕이 온몸을 태워버릴 기세로 내리쬐어 가방에 넣어둔 하늘색 양산을 꺼내 펼친다. 남자가 무슨 양산이냐라는 말은 이제 옛말, 지금은 양산 없이는 햇볕을 맞이할 수가 없게 돼버렸다. 양산으로 햇볕을 가려봤지만 이번에는 땅 아래에서 지열이 올라온다. 마치 프라이팬 위에서 익어가는 계란프라이가 된 듯이 발끝부터 머리까지 조금씩 익어가고 있어 얼른 신호등의 파란불이 켜지길 바란다. 신호가 바뀌고 얼른 그늘이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공기는 덥고 습하지만 햇볕이 없는 것만으로도 한시름 놓을 수 있다. 버스가 도착해 승차하니 에어컨 바람이 나를 반긴다. 잠시 에어컨 바람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핸드폰은 내려놓고 시원한 바람에 집중한다.


  직장인으로서 돈을 벌기에 경차라도 한대 뽑아서 시원하게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력이 0.1이니 강제적으로 뚜벅이 돼야만 한 인생이다. 차를 갖고 다니면 짐도 옮기고 이동하기도 편해서 좋다지만 아직은 내 다리가 튼튼하기에 걸어 다니고 차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과 교통체증이 항상 많은 서울 중심부는 남이 운전해 주는 것을 탈 때가 좋다.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금세 사무실에 도착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회사에 일찍 출근해서 커피를 마신다. 여름에 맞게 아이스커피로 제조해 마시며 업무를 시작한다. 전입, 확정일자, 인감, 등. 초본, 민증발급 등 오는 민원 다채롭다. 이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온다고 잠시 생각한다. 점심시간이 되고 무더위에 입맛이 없어서 시원하게 냉면을 먹는다. 몸속까지 시원해지는 것도 잠시 먹고 밖에 나오니 시원했던 면이 뱃속에서 데워지고 있다. 얼른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뱃속에 다시 시원한 것을 밀어 넣었다.


 오후에는 식곤증으로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쐐 보려고 하면 뜨거운 바람에 한증막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아무래도 양머리라도 하고 밖에 나가야 할 것 같다. 내일이면 입춘이라 여름이 마지막 날을 불사르는 것 같다. 퇴근 후에도 더위는 식을 줄 몰랐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헬스장으로 향했다. 몸은 피곤해도 운동을 하고 샤워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다. 물론, 집에 오는 길에 다시 땀범벅이 된다.


  하루종일 더웠고 밤에도 덥지만 나의 여름이 이렇게 또 지나간다.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되면 더웠던 여름이 다시 생각날 것이다. 뜨거웠던 8월의 여름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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