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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그대에게

인생이란 한 길이구나

by 장시무

오랜만에 만난 그는 왜 그렇게 살았었는지 지나온 날들을 한탄했다. 몇 년 전, 7년 전 내가 걸었던 그 길 입구에 도착했나 보다. 뭔가 해주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1절만 해도 그의 눈가는 촉촉해진다. 그냥 한숨이 나왔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나?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왜 그럴까?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묻는 법을 모른다. 배운 적이 없고 가르친 적도 없다.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다른 사람들이 하던 대로 해. 그리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건지 모르지만 '그렇게'사는 게 맞아.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아가다니.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으니 늘 환상 속에 산다. 알면 더 허무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냥 모른 채로 숨긴 채로 살면 익숙하니 더 좋은 거 아닌가?


어쩌면 이 땅에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용기' 인 것 같다. 익숙함에 대한 질문, 들은 것에 대한 질문, 누구나 다 그렇다고 그래야 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 할 '용기' 말이다. 그래야 그다음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품어져 나오는 그 무엇인가를 누루고 참고 인식하지 못하고 산 세월을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을 때 그 황망함에도 당황하지 말자. 그것도 잠시, 새로운 세계에 접할 때 그 어색함도 잠시, 미지의 세계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에 촉각을 세우고 엄마 손잡고 생애 처음으로 시장을 구경하는 아이의 시선으로 그 세계를 누빈다면, 낯선 그곳에서 비로소 진정한 너를 만날 것이다.


그보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왔다고 해서 전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빠름도 늦음도 의미 없다. 지금 내가 어느 길에 서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는 이제 그 입구에 왔다. 나는 그 문을 어떻게 여는지를 알려주기보다, 너와 나는 같은 길에 서 있음을 깨우쳐 주었다. 그의 촉촉해진 눈가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이내 사라지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언젠가 또다시 만나면 웃으며 떠올릴 수 있을까? 왜 그렇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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