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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다, 그 마음

전투적인 가족 쇼핑을 마치고

by 장시무

휴가를 맞아 쇼핑센터를 다녀왔다. 당연히 흥분된 마음으로 말이다. 알지 그 마음?

아들들은 엄마와, 딸들은 아빠와 함께 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알지 그 마음?


H&M에 들어서자 쌍둥이 중에 언니인 로아(가명)의 얼굴에 드린 그림자를 발견하고, 딸 가진 아빠로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기분이 왜 안 좋을까 우리 로아?'

여전히 시무룩. 내가 묻고, 내가 답해야 한다. 알지?

'아까 아빠가 옷 안 사줘서?' 고개만 절레절레.

'아까 아빠가 사탕 안 사줘서?' 또 고개만...


사실은, 서로 다 안다. 그거다. 아까 계속 보고 만지작하던 그거.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두 번 물어본 거다. 그 마음 알지?

'아까 아빠가 엘사 목걸이 안 사줘서?' (엘사는 '겨울왕국'에 나오는 '안나'의 언니다. 참고로 우리 딸들은 이란성쌍둥이로서 2025년에 6살이다)

이번엔 고개를 아래위로 흔든다. 당연히. 알지. 그 맘 알지.


'그래 가자 사줄게'


언제 그랬냐는 듯, 딱 내가 밥 먹고 난 뒤 표정이다. '환한 미소와 함께 서 있는 그래, 너는 푸른 바다(같은 내 딸이)야' (듀스, 여름 안에서, 1994, 가사가 생각남). 혼자 맘 노래(마음속으로 부르는 노래)를 부르며 아이 손 잡고 주얼리 코너로 간다. 다른 거 안 사줄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만지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내 어릴 적 모습이다.


학교 앞 문방구 진열장 가장 중심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늠름히 서 있던 로보트 태권브이 장난감 박스. 얼마나 만지작 거렸는지 아주 따사롭다 못해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셨던 주인아주머니의 눈빛을 기억한다. 좀 무서웠었다. 그래도 오며 가며 만지작만지작. 그때 그 감각이 소환되어 미소 짓게 하는 찰나, 이상하게도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때의 내 손짓을 한 번은 보셨을 것만 같은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 장난감은 우리 집에 단 한 번도 놀러 올 수 없어서, 날개가 달린 모델이었는지 선명하지 않다. 그러나 그때 내 어머니의 눈빛을 내 딸의 손 끝에서 밝히 본다.


그 설레는 아들의 얼굴과, 선뜻 건네지 못하는 당신의 마음과, 돌아설 때의 그 먹먹한 뒷모습을 그녀도 기억하고 있을까?


이제야 조금 안다. 그녀의 마음을...





아, 아내가 내일 또 가잔다. 뭘 바꾼단다. 미친다. 그 마음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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