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좋아하는 이유
바다를 만나고 왔다. '보고 왔다'보다 더 좋아하는 표현이다. 이상하게도 바다를 보면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바다는 신비롭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물이 생겨났으며, 소금기가 있고, 파도가 치고, 때론 평화롭고, 어쩔 땐 한없이 무섭기도 한, 바다.
아이들은 자연을 누린다. 그저 부딪히고, 느끼고, 온몸으로 즐긴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말이다. 순수하다. 어른들은, 그럴 때도 있지만, 바라본다. 예의 주시해 본다. 경계하기도 한다. 바다에 누굴 집어던지거나, 내가 빠져 죽는 상상도 해본다. 저 깊은 심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괴물 혹은 어떤 미지의 생물이 살고 있다는 상상을 아주 가끔 하기도 한다.
나는 그 바다를 만나면 한없이 작아진다. 모든 것을 품을 것 같은 바다. 나는 그렇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그저 흘려보낼 것 같은 바다. 나는 그렇지 못함을 알기 때문이다. 해는 지지만, 바다는 그대로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나는 조석으로 변심함을 알기 때문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 파도 저리 파도 칠 뿐. 거센 바람을 거스르려 하지도 않고, 뜨거운 태양빛과 맞서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되는 대로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나는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를 '도전'이라 하고, '거스름'을 '남이 없는 나만의 열정'이라고 포장해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구의 나이가 몇 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다는 그렇게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바다는 물결이 일고, 파도가 치지만 무구한 세월에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바람이 불고, 태양이 내리쬐고, 온 세상이 변할지라도, 바다처럼 내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다를 만나면 나는 한 없이 작아진다. 그래서 계속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