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결말은
사랑하는 채은이에게, 아빠가
항상 건강하고 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 채은이가 아빠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단다.
채은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유치원에,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니며 하나하나 배워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단다.
채은이의 예쁜 모습은 항상 아빠 마음에 각인되어 있단다. 항상 건강하고 맑게 자라거라.
- 채은이를 늘 사랑하는 아빠가 -
아빠가 나에게 남긴 유일한 편지다.
밝게가 아니라 맑게 자라라는 것은, 항상 밝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일까.
맑은 미소는 어떻게 지었던 것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 생각을 들키지 않도록 어색한 입꼬리를 올리는 일에는 일가견이 생겼다.
난, 아직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했다. 남들은 곧잘 하는 일들도, 사랑도, 나는 하나하나가 배우기 어렵고 걸림돌이며 사건 하나하나가 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하나하나가 아닌 열 개, 스무 개는 배워야 하고 실수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며, 그로부터 퍼포먼스를 내야 한다.
내가 주연인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그저 외부의 한마디에도 크게 흔들리며 마음대로 곡해하여 듣고는, 남들과 비교하며 부족한 점만 골라 찾아 붙잡고 있는 답답하고 재미없는 인생을 틀어주고 있다. 주인공은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도 뚜렷하게 말하지 못하는 두루뭉술한 어른이 됐다.
주인공은 항상 그냥 그렇게 하는 법이 없다. 생각이 너무 많고,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곁의 모든 이들이 부럽고, 자신은 그렇게 되기 힘들다는 것을 계속해서 되뇐다. 초라한 자신의 인생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잘하는 것을 찾아보려고, 사랑을 찾아보려고 위기의 단계에서도 다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책을 잡고, 취미를 잡아본다.
주인공은 자신은 악인이 아니고 싶어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결국 악인이 된다. 주인공에게 악인인 캐릭터도 그것을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나 주인공에게 상처를 주었다. 주인공의 사랑은 누군가에게 하는 실수가 되고, 주인공의 선택은 자신에게 후회와 아픔이 되어 돌아온다.
아직 절정이 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위기 단계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주인공은 조력자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털어놓지 못하지만 그래도 몇 안 되는 조력자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사실 주인공은 보인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말의 그림이 흐릿하게. 그럼에도 아직 선택하지 못한 이유는,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