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 줄 알았다.
상처와 눈물로 쌓아 올린 나를 감싸주는 상자 안에서.
이전에 낡고 보잘것없었던 상자를 바꾸고, 좋아하는 것들을 악착같이 찾아서 여기저기서 배운 대로 이음새를 더 세밀하게 이으면 강한 파도에도 끄떡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전과 같은 집채만 한 파도에 또 내 상자는 틈새가 벌어져 여기저기 바닷물이 쏟아진다. 책도, 카메라도, 내가 쓴 글들도, 물이 차서 가라앉고 있는 상자 안에서 마구잡이로 휩쓸린다. 손을 뻗어 몇 개의 구멍을 막아보려 해도 이미 가라앉고 있는 상자는 끝없이 아래로 가속한다.
나는 또 이렇게 되어버리고 있다. 그때처럼. 회사 화장실 한 칸의 바닥에 쭈그려 앉아 소리 없이 우는 짓을 또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진짜 나란 사람은 도무지 어디서도 행복할 수가 없는 사람인 것만 같다. 결국 나를 감싸는 상자의 내구성이 약점이 아닌, '나'의 내구성 자체가 약점이었던 것일까.
이제는 팔 한쪽도 올릴 힘이 없다. 간신히 멀어지지 않도록 좋아하는 것들의 끝을 잡고 있던 손끝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놓아주고 상자의 잔해와 함께 어딘가에 가라앉은 그 끝은 더 이상 침전하지 않고 평안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나의 상자를 예쁘고 단단하게 만들어 두었었는데. 상자를 꾸몄던 것들과 함께 있으려면 다시 올라가야만 하는데.
나는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상자를 고칠 수 있을까.
간신히 올라가서 다시 상자를 고쳐도, 또 다른 거센 파도에 내 상자는 물이 새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이제는 조금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