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한 흰머리 염색한 흰머리
거울 앞에 앉아 흰머리를 바라본다
언제부터 이렇게 많아졌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미용실에 들러 오랜만에 염색을 했다
미용실은 우리 집 2층 화장대 앞이다
염색 약을 검은색 갈색 영양제 넣고
잘 섞어서 일회용 장갑 낀 손과 빛으로
온통 머리 위를 하얀 물결이 보이지
않도록 인생의 그림을 그린다
검은빛이 다시 머릿결을 덮으니
왠지 모르게 기분도 새로워진다
하지만 물감 아래 숨은 흰머리들은
시간의 흔적을 지울 수 없다는 걸 안다
잠시 감춘다고 해도
그들은 언젠가 다시 고개를 들겠지
그래도 괜찮다
오늘 하루만큼은 거울 속의 내가
조금 더 단정하고
조금 더 자신 있어 보이니까
흰색 머릿결은 초라하고 왠지
서글퍼 보이지만 깨끗하게 검은색을
물들이고 씻고 나면 나를 위해서
이보다 더 예쁠 수는 없을 만큼
누가 뭐래도 내 마음은 너무 예쁘다
이곳 미용실 수준이 한국을 따라기에는
너무도 부족해서 내가 스스로 한 달에
한 번씩 변신하고 있다
가장 신경 쓰고 손질해야 하는데
이 정도로 변신할 수 있는 내게
나를 사랑한다라고 익숙하게 보인다라고
나를 위로한다
그저 당연한 일을 했나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은 내가 염색을
한 줄도 모른다
아주 잘 아는 관식(폭삭 수)이 인데
오늘은 뭔 일 있나 기분이 별로인 듯하다
내일 보면 알겠지 오늘 밤 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