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꾼 작은 선택

by 강은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은 용비어천가의 구절로, 근원이 튼튼하면 흔들림 없이 꽃과 열매를 맺는다는 뜻으로 배웠다


​한국에서만 생활했던 나는 모든 나무들이 뿌리가 깊은 줄 알았다. 어릴 적 대나무 집 딸로 살았던 나 대나무 뿌리는 너무 깊게 파고 들어간 모습만 봤기에 모는 나무들이 그렇게 깊은 땅속으로만 깊게 깊게 들어간 줄 알았다.


​내가 성장해서 중년의 삶을 인도네시아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곳은 지금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철이다. 비가 내려도 너무 자주 내린다.


​저녁을 먹고 남편과 함께 비의 소강상태를 보고

동네 산책을 나가다 보면 큰 나무 한그루가 길을 반으로 막고 쓰러져있다


세상에 저리도 큰 나무가 쓰러진단 말인가

그렇다 비 때문이다 많은 비가 자주 내리다 보니

깊게 파고들지 못하고 잔뿌리들로 바닥에 얽히고설켜 자라고 있는 나무는 허망하게 쓰러져 누워 있다


​내 인생도 이러했다 수많은 젊은 날 아내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많은 계절의 변화가 있듯이 나에게도 변화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 일기장을 보시고 내게 한마디 적어 놓은 글 은자는 책을 많이 읽고

글 쓰는 법을 배워 보면 좋겠다 일기를 잘 쓰는구나라고 쓰여 있다


​지금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느낀다 내가 정말 글을 잘 쓴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

빙산의 일각이다 허접하고 순수하지 못하고 창피하고 어떤 독자에게 보여준단 말인가


​중년의 내게 주어진 행복한 시간 책 읽고 후기 쓰고 나의 살아가는 모습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좋다


​어릴 적 한마디해 주신 국어 선생님

지금은 읽고 써라 날마다 내 생에 첫 전자책 출간을 도와주시고 충고 주신 정원의 작가 선생님 두 분이 나를 바꾼 작은 선택이지만

내게는 아주 큰 선택이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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