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어 놓은 경험 하나
머리를 감싸 쥐고 엎어지거나, 무릎을 꿇고 엎드리거나, 무릎 사이에 머리를 처박고 끙끙대거나, 깍지 낀 손으로 뒤통수를 누르며 통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말고는. 기다리는 내내, 숨이 찼다 - <종의 기원> 중
내 이야기구나 싶었다
아픔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이 기분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아파야 이런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지,,,,,
아픔은 어느 날 갑자기 삶의 소식를 전한다
오늘이라고 불리던 하루가, 이제는 견뎌야 하는 시간 간암이라는 단어는 처음엔 너무 커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병명은 입 밖으로 나오는데 몸은 아직 그 무게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통증은 정확했고 피로는 예고 없이 찾아왔고 아픈 날의 하루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들고 있다가도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이만큼이야. 여기까지야. 통증이 심한 날에는
생각도 함께 아파온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이 부담이 되고, 힘내라는 말이 멀게 느껴진다
아픔은 혼자 견디는 것이고
이 고통은 설명으로 나눠질 수 없는 침묵이 길어진다.
마치 파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듯
몸 안의 폭풍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듯
간암으로 사는 삶은 어떤 날은 분명히 약해지고,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무너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나는
이전보다 삶을 더 정확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안다 그건 약함이 아니라 이미 한 버너무 크게 아파본 사람의 몸짓이라는 걸 고통은 사람을 부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나를 바꾸는 계기를 만든다
쉽게 판단하지 않는 깊이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 침묵 그리고 같은 아픔 앞에서 조금 더 천천히 다가갈 줄 아는 마음 그 경험 이후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예전보다
더 낮은 곳의 온도를 알고 더 어두운 밤 혼자 슬퍼하고 깜깜한 밤의 길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은 운명처럼 나의 고통이 언어를 빌려 나를 불러낼 때면 속으로 조용히 말한다.
예전에 나를 돌아보지 않고 조건 없이 양보하고 숨죽이며 참고하고 싶은 내면의 이야기들은 절대로 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 한 날들도 많았다
아픔은 지나갔지만 그 흔적은 나를 이전보다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좋은, 즐거운 경험도 아니지만 큰 아픔의 경험은 지금의 나를 완전하게 나만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