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직장인 아침수영 3_드디어 평영 발차기인가요?

든든한 오버나이트 오트밀과 함께합니다.

by 꾸마

처음이었다! 수영장에 제 때 도착했다. 화창한 날씨, 넉넉한 시간. 발걸음이 나는 듯 가벼웠다.


아침수영 타임라인

05:50 AM

알람에 눈 떴다. 전날 밤 만든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다섯 입에 해치우고 양치하고 나왔다. 입을 옷, 수영 가방은 밤에 세팅했다. 오버나이트 오트밀은 2021년부터 든든한 아침밥이다.


~오버나이트 오트밀 만드는 방법~
1. 롤드 오트밀 20g이 자작하게 적셔질 만큼 아몬드 브리즈를 붓는다.
2. 냉장고에 쿨쿨 재우면 아침까지 흐물흐물하게 불어난다!
3. 꿀을 넣어 먹어도 좋지만 달면 물린다! 조심!


조금은 종이 냄새나지만 생존 식량 느낌으로 챙겨 먹는다. 한때 Emma Chamberlain의 vlog를 질리도록 봤었다. 셀럽 따라 만들었다 맘에 썩 들어 2년째 질리지도 않고 먹고 있다.(아침으로 오트밀 먹는 사람은 딱 한 명 만나봤다. 반가운 마음에 계속 눈길이 갔었다!)


06:19 AM

5003번 버스가 왔다. 운 좋게도 1층 버스였다.

의자 각도, 시트 질감, 버스 내부 공기, 승하차 오르내림까지 모두 2층 버스의 패배다. 인체 공학을 고려하긴 했을까? 절대 그럴 리 없다. 2층 버스는 바보야!

가끔 출퇴근 시간에나 오는 여행사 버스는 크고 안락하다. 돈 더 내도 좋으니 여행사 버스만 타고 싶다. 월 20만 원에 여행사 버스 탈래, 지금처럼 2층 버스 탈래 선택하라면 20만 원을 내겠다.(지금은 월 15만 원이다.)

이런 마음이 무색하게, 불편했지만 2층 버스에서도 잠은 잘 잤다.


07:18 AM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반포 IC로 나올 때 버스는 느림보가 된다. 줄어드는 속도를 알람 삼아 눈 뜨고 하품 몇 번 하다 보면 신논현역, 주류성빌딩 정류장에 도착한다. 경기도 - 강남을 오가는 모든 버스의 시그니처 정류장이다. 버스 탄지 정확히 한 시간 만에 도착했다.


07:30 AM

회사보다 딱 1km 더 가는데 버스로 10분이 넘게 걸린다. 서울 시내 주행, 역시 쉽지 않다. 택시 타면 오히려 지각하는 도시, 지하철 없이는 이동할 수 없는 도시 서울이다. 그래도 서울 사랑하시죠? (네)


07:40 AM

처음으로 8시 전에 도착했다. 마음이 이렇게 편하고 상쾌할 수 없다. "가을 날씨" 하면 망설임 없이 떠오르는 파랗고 투명한 하늘이었다. 따사로운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만족스러웠다. 1년 내내 날씨가 이렇다면 생산성이 훨씬 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날씨를 타는 사람이라, 맑고 선선한 날 기분이 좋아서 열심히 잘 살게 되는 것 같더라. 는 것을 이번 여름 장마철에 깨달았다. 오늘은 날이 좋아서 수영이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자유형 어게인이라고요?

세 번째 수업, 첫 정시 출석!

꽤나 의미 있는 아침이었다. 드디어 평영 발차기 나가나? 두근거렸다. 직장 동료들에게 수영한다고 말하니 다들 “평영이 진짜 수영이죠. “라고 하셨어서 더 들떴다. “자유형은 귀에 물 들어가서 안 한 지 몇 년 됐어요. 평영은 몸에 익으면 진짜 편하거든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안 설렐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삶은 좀처럼 바람대로 되지 않는다. 평영의 ㅍ도 안 했다! 지난 시간 막바지에 수정받았던 자유형을 한 시간 내내 복습했다. 오늘은 강사님이 많이 바빠 보이셨다. 옆 반 단체 진도를 나가는데, 아무래도 개인(나) 진도보다는 단체가 우선되는 게 맞으니까 눈물을 훔치며 자유형 뺑뺑이를 돌았다.(사실 안 울었다.)

신기한 건 하루이틀 지났음에도 왼팔 움직임이 기억난다는 거였다. 한 시간 겨우 했던 거라 잊혔으리라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떠올라 “몸으로 익힌 건 까먹기가 더 힘들다”는 말이 생각났다. 기본기가 있어야 올라가니까 열심히 트랙을 돌았다.


목표는 더 오랜 숨에 더 멀리 가기. 생존(?) 수영이니까 그런 게 목표가 된다. 빨리 가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처음에는 몇 숨 못 가고 일어나 쉬어야 했는데 이젠 한 번 쉬지 않고 트랙 끝까지 갈 수 있다. 뿌듯해! 다만 슬픈 점이 있다면, 초보반이라 (진짜로) 걸어 다니시는 할머니들이 계신다. 요리조리 피해 수영해야 하는데… 가끔 막무가내로 끼어드셔서 정말 충돌주의다! 어서 레벨업 하고 싶어요! 다음 시간에는 꼭 평영 발차기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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