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영 일기를 12월에 올리는 늦은 기록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떴다. 오늘은 수영 수업 첫 날이다.
어제밤에 챙겨둔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러 나갔다.
'강남역 회사까지는 1시간 걸리니까,두 정거장 더 가는 수영 센터까지는 평소보다 30분 더 잡고 출발하면 넉넉하겠지.'
아니! 꽤나 잘못된 생각이었다.
8시에 출발하면 강남역까지 한시간이면 가지만, 6시반에 출발하면 차가 막힌다. 강남역까지 한시간하고도 10분, 20분은 더 걸린다. 차가 좀처럼 막히는 일이 없는 10시 출근을 하다보니 이른 오전 출근길의 지옥도를 잠시 잊은 탓이었다.
고속도로 오르기 전부터 이미 지각이라는 걸 알았다. 경기도민은 촉이 있으니까. 카카오맵을 1초마다 새로 고침 하면서 버스 위치를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다고 버스가 더 빨리 가는 건 아니지만, 버스기사님이 조금만 더 빠른 속도로 달려 도착 시간이 앞당겨지길 빌었다.
"새벽 수영 지각"
"아침 수영 첫날 지각"
카카오맵을 봐도 소용없다는 걸 완전히 느끼고 나서야 '수영 지각' 키워드로 구글링을 시도했다.
'같은 타임 수영 수업 듣는 수강생이 첫날부터 지각하지 뭐예요? 오전 수업 분위기를 흐리네요.'
와 같은 리뷰가 있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지각할 거면 차라리 수업을 빠질까?' 고민이 됐지만, 타인의 지각을 비난하는 글은 없어서 안심했다.
어쨌든 지각이었지만, 수업에 갔다.
실내 수영복
수영모자
수경
-
습식수건 / 빗
샴푸 / 컨디셔너 / 바디워시 / 등
스킨 / 로션 / 선크림 / 등
-
수영가방
비싼 걸 사긴 이르다. 이것저것 발만 담갔다 뺀 운동이 산더미같다. 저렴한 실내 수영복 세트로 쿠팡에서 주문했다.
'오 알찬데? 개꿀, 이거다...'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반팔 반바지 실내 수영복에 수경 수모까지 준다기에 주문하기를 눌렀다.
별 생각 없이 집에서 쓰던 수건을 챙겼다. 수영 가는 버스 안에서 걱정이 생겨났다.
'물기에 젖은 수건이 하루종일 가방에 있어야 하는데, 수건 썩는 거 아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구글링을 조금 했다. 습식 수건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젖어 있는 게 디폴트 값인 수건이라니, 수영을 위해 태어난 수건이었다!
아직은 배송이 안와서 후기를 쓸 수는 없다. 다다음 편에는 가능할지도...
(참고로 일반 수건도 젖은 상태로 9시간정도는 괜찮았다.)
공용 빗이 있긴 한데, 썩 좋아하지 않는 플라스틱 납작한 빗이었다. 마침 최근에 선물받은 아베다 미니 패들 브러쉬가 있어서 챙겼다. 휴대용으로 괜찮은 부담없는 사이즈다. 아직 겉옷 주머니에 쏙 들어가진 않지만 겨울에 패딩 속엔 쏙 들어갈지도...
비치돼 있는 건 비누밖에 없었다. 첫날은 세면용품이 양치도구밖에 없어서, 머리를 비누로 감았다. 여행용 샘플이라도 챙길걸, 후회해도 이미 늦은 상태였다... 집에 돌아와 여행용 세면용품을 챙겼다.
스킨, 로션 역시 안챙겼다. 챙긴 게 수영복 세트와 수건뿐이었던 멍청이가 또 있을까 싶다. 피부가 너무 건조해서 회사 앞 올리브영을 갔다... 계획에 없던 지출이었다. 실내 수영장 새로 등록하는데 필요한 준비물이 너무 많다! 실내 수영복, 수건, 세면용품, 스킨케어용품, 등. 일상에서 좀처럼 꼼꼼한 법이 없는 내겐 꽤나 고역이었다. 하지만 한 번 세팅해 봤으니 이젠 괜찮다는 걸 안다.
수영복 살 때 덩달아 온 비닐 주머니같은 파우치를 쓰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메쉬 수영가방이 조금 탐난다. 수엉을 3달정도 하면 그때 사야겠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물이었다. 웅- 소리가 울리는 실내 음향(?)과 물에서 나는 은은한 소독약 냄새는 설레는 마음을 부른다. 물 속이라는 비일상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시공간의 차원이 떨어져 있는 기분이다. 정신 없는 하루로부터 아주 관계 없는 낯선 환경이기 때문에 느껴지는 아늑한 마음이라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물에 넣은 다음, 숨을 참고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각을 해서 새로운 영법을 배우거나 할 시간은 없었다. 강사님께 '지각해서 죄송합니다.' 말하고 (다행히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고, 강사님도 괜찮다 하셨다!) 자유형으로 트랙을 몇 바퀴 돌다보니 첫 날은 끝이 났다.
워밍업 가볍게 했다 치고, 앞으로 남은 한 달 잘 배워서 평영 마스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