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 때 한 친구가 약간 취한 채 나에게 질문했다.
‘너가 생각하는 예술은 뭐야?’
일단 너무 불편했다. 그리고 신기했다.
26살이 되고, 나는 갈수록 예술과 희망, 꿈이 아닌
생계에 대한 고민과 남들이 나를 바라 볼 사회적 시선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강해져 있었다.
그런 내가 친구에게 한 대답은
‘ 난 예술가가 아님.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라는 테크닉으로 총체적인 작품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말이자,
직업군이라고 생각함’ 이었다.
친구는 갑자기 화를 냈다.
‘너 그렇게 말하면 안돼. 우린 다 예술을 하는 거야. 각자의 분야에서.
그리고 만약에 내가 너를 캐스팅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널 캐스팅하지 않을 것 같아’
라고 말하자, 맥이 빠지고 힘이 빠지며 이걸 무어라 말해야 할 지 급속도로 피곤해졌다.
나는
‘ 너가 그렇게 생각하면 날 캐스팅 안하면 그만이지. 난 내 생각을 고수할래.
내가 그리 느끼는데 그게 잘못된건가?’ 라고 했다.
친구는 당황했고, 옆에 있던 다른 연출 친구와 함께 예술에 대한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토론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에겐 그 말들이 자신의 예술적 고민과 불확신을 인정받기 위해 되풀이하는 질문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분명 이또한 나의 오만함이자
친구의 예술적 견해를 존중하지 못하는
그릇된 태도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질문을 하던 친구가 화장실에 가자,
나는 다른 친구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나 사실 저 말들이 너무 불편해.
난 예술이 뭔지 생각하기도 버겁고 사는 게 우선이라 당황스러워’
라고 하자
함께 이야기 나누던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 나도 그래. 남들은 예술이라면 다 고상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난 잘 모르겠어. 사실 나도 몰라’
위로가 되었다
난 위대하고 대단한 예술가가 되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다. 즐겁고 감동적이라 시작했지
그런데 감동적이고 즐거우면 그것 또한 예술이 아닐까
마음 속에 남는 나의 잔상이 가장 큰 예술의 가치를 지녔다고 믿는다.
그 날 이후 예술은 뭐지? 대체 예술이 뭘까, 라는 고민에 빠졌다.
오랜만에 사유하고 고민한다는 것은 좋으나, 맥락없이 사유만 하는 건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
그러던 중 어제 잠자리에 누워 든 생각.
‘ 아 절규하고 소리지르고 연기하고 싶다. 바닥에 잠겨 있는 이 감정들을 터뜨리고 싶다. 그런데 세공하는 과정을 가지고 싶다’
흠. 결국 나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인건가?
그럼 그 연기를 행하는 순간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 지, 그 행동들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추어질 지를 고민하던 과거가 생각났다.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들에게 비춰질 모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행동이, 손짓이 눈빛이 어떤 작용을 하며 표현효과를 만들어낼 지를 익히자.
그렇게 익혀진 나의 몸짓과 눈빛 숨소리들이 작용하는 효과를 인지하고, 체화하자.
이 모든 것들이 정리되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을 때에
나의 감정을 가지고 온전히 그 순간 속에서 살아가자.
그렇다면 타인이 느낄 시선과, 나의 감정이 일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흠 이게 예술일 수도 있는 걸까?’
나의 목적성을 사유할 수 있는 것, 고민하며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 정진하는 것.
그것으로 인해 세상에 형체화 될 작품과 이야기들이 예술일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당시에는 불편하게 느껴졌던 말들이
돌이켜보면 새로운 생각의 발단이 되었다.
나는 예술인이라고 믿었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예술에 대한 생각 자체를 멀리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아직 온전한 예술을 알 지 못한다.
허나
예술을 알아가기 위해
'더 살아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