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10): 이게 인종차별?

모두에게 공평한 차별? 동양인 차별?

by 을동이

나와 남자친구의 여행 이력을 살펴보겠다.


'나'


초딩 때 가족과 유럽여행

대학생 때 가족과 유럽여행

해외 거주 이력 8년


'남친'


중딩 때 가족과 유럽여행

대학생 때 홀로 유럽여행

해외 거주 이력 8년


둘 다 외국에서 여행하는 부분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0에 수렴하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롭게 마주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


하지만 이번에 깨달았다.


그동안 우리가 운이 좋았다는 것을


쌀쌀한 날씨에 벌벌 떨다가 잠들었던 그라나다의 밤

몸은 힘들었지만 귀여운 냥냥이도 보고 나름 설레며 잠들었다.


그리고 일어난 아침 이게 무슨 일인지, 비가 미친 듯이 내리고 있었다.


알함브라 궁전 티켓을 구하지 못해서 직접 가서 최대한 비벼보려고 마음먹었던 우리는

이 우중충한 날씨에 이미 기세가 밀려버리고 말았다.

배고픈 상태로 최대한 보이는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몸을 녹이기 위해 골목골목을 넘어

비에 신발이 다 젖은 채 겨우 발견한 카페가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자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고, 동양인은 오직 우리뿐이었다.


우선 카페에서 느낀 점을 쓰기에 앞서


유럽여행은 인종차별이 악명이 높다는데, 정작 우리 둘은 그런 것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린 나이에 가족과 다녔기에 인지도 부족했을 것이고,

'어린 아이' 라는 점은 인종차별이라는 부분에서 나를 조금이나마

더 자유롭게 해주었을 것이다.


남자친구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다녔던 시절, 홀로 성인 남성이 여행했을 때와는

상황이 확연히 달랐다.


더불어 동양인에게 더욱 더 친절하지 않다고 느꼈던 계기는

말로만 들었던 화장실 앞에 자리 주기, 늦게 서빙해주기 가 첫시작이었다.


세비야에서 이 일을 겪었을 때에는 사실 긴가민가했다.

더불어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나갈 때는 기분이 좋아졌었다.


하지만 이번 그라나다에서 들어간 이 카페는 확실했다.


직원이 자리가 있다고 우리를 자리에 앉혔다.

그렇게 30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새로 들어오는 외국 손님들에게는 주문을 받고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너무 추워서 따뜻한 커피로 몸이라도 녹이려고 한건데 마음이 불편해졌다.


남자친구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며 직원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시끄럽게 말을 가로채고 자기네끼리 비웃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다소 충격적이었으나 이미 너무 추워진 나는


' ㅎㅎ 돈안내고 앉아있다 나가면 몸 녹겠네 개꿀 '


이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30분 넘게 아무것도 주문하지 못하고 카페 밖으로 나서야 했다.

우선은 밥을 먹어야 할 것이 아닌가 ㅠ ㅠ



남자친구는 너무 마음이 상했는데, 둘 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더욱 더 놀랐던 것 같다.

밖으로 나와서 이 카페에 대해 검색해보니 이미 관광객을 차별하는 것으로 굉장히 유명했다.

이 때 들었던 생각은

"아 현지인 제외 모두를 차별하는구나. 나름 공평한데? "

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다.


그 날 저녁 바르셀로나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는데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할 때

누군가 나에게 고의로 발을 걸었다.

뒤를 돌아보자 타국가의 유색인종 남성분이었다.


의아했다.


모두가 차별을 받는 지점에 서있을 수 있음에도

왜 또 다른 타인을 약자로 규정하며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계속 고민하며 사람들의 의아한 행동이 나의 마음 깊은 곳에 편견을 심기 시작했다.

이런 정황들을 고찰하며 느낀 것은


코로나 19 이후에 유독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심해졌다는 것이었다.

다시금 생각해본다.

모두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고통을 겪었던 시기. 너무나 암울하고 통탄스러웠기에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는 일반적인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즐겁기 위해, 다른 문화를 바라보며 사유하고 삶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 찾아온

낯선 타국에서 사람들의 온정이 아닌 혐오를 몸소 체험할 때마다

마음이 공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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