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작년 이맘때였다.
업둥냥 베리 녀석이 우리 집 식구가 된 것이...
애처로울 정도로 자그마하고
땟국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꼬질꼬질했던 녀석이
하필이면 내방 창문 아래에서 하루 종일 애처롭게 울어댔었다.
제발 날 데려가 달라는 듯...
이미 2~3주 전에 냥이 한 마리를 입양했던 나로서는
집안에 또 한 마리의 냥이를 들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게다가 남편도
한 마리면 몰라도 두 마리씩이나...
동물의 왕국이냐며 난색을 표하는지라
불쌍하고 마음이 흔들리긴 했지만
선뜻 녀석을 집안에 데리고 들어오기가 쉽지 않았었다.
망설이는 내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녀석은 필사적으로 내발에 얼굴을 비벼대고
처량한 목소리로 냥냥 거리며
빼꼼하게 열린 현관문으로 어떻게든 들어가 보겠다고 머리를 들이밀었다.
마치, '여기에 들러붙지 않으면 난 끝장이다'라는 각오라도 한 듯
콩알만큼 작고 꾀죄죄한 녀석은 그렇게나 적극적이었다.
이쯤 되니, 나도 남편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녀석 봐라?
어쩜 이렇게 작은 녀석이 살아보겠다고 이토록 적극적일 수가 있지?
결국 녀석은 녀석의 뜻대로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냥이는 주인에게 선택당하는 게 아니라 집사를 간택한다고 하더니만
녀석은 나를 집사로 찜했던 모양이다.
어찌나 영광스러운지...
샤워를 시키는데 그 작은 몸뚱이에서 끝도 없이 나오던 땟국물이란...
도대체 이 작은놈이 어디서 뭘 하다 왔길래...
아무리 씻겨도 땟국물이 빠지지 않던 녀석
새 식구가 되어서도 전혀 주눅 들거나 눈치를 보지 않던 녀석.
밥을 챙겨줄 때마다 옴팡지게 아귀처럼 먹어대는 통에
비쩍 말랐던 녀석이 며칠 만에 배가 남산만 해지고 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먼저 우리 집 식구가 돼있던 언니냥 체리에게도
넉살 좋게 먼저 다가가서 같이 붙어 자고
장난감도 재미나게 갖고 노는 등
아주 귀엽고 정이 가게 굴었던 녀석이었다.
지금은 윤기가 좔좔 흐르는 털을 자랑하며
토실토실한 궁둥이와 쳐진 뱃살을 가진 돼냥이가 된 녀석.
녀석은 유난히 내 슬리퍼에 집착한다.
꼬마냥 때부터 그러더니
지금도 종종 내 슬리퍼가 어디로 사라졌나 찾다 보면
어김없이 녀석이 한 짝은 엉덩이 밑에 깔고 앉고
다른 한 짝에는 녀석의 발을 살포시 넣은 채로
내 슬리퍼를 장악하고 있다.
내 건데, 뭐 불만 있어?
낡고 냄새나는 내 슬리퍼에 열광하는 신발냥 베리...
어디든 내가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기만 하면
어느 틈에 다가와 내 허벅지 위에 자리 잡고 누워서 늘어지는 녀석.
침대에 잠시 눕기라도 하면
잽싸게 올라와 내 겨드랑이를 파고들며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을 청하는 녀석.
부엌에서 요리를 할 때면 늘 식탁 의자에 앉아
오늘 메뉴는 뭔지 확인하듯 지긋이 지켜보는 녀석.
하루 종일,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쫓아다니며
내 곁에 찰싹 붙어있는 신발냥, 베리.
업둥냥, 신발냥, 엄마 껌딱지냥 베리가 우리 식구가 된 지 1년.
앞으로 쭉~ 5년, 10년...
착하고 예쁜 우리 베리, 같이 행복하자!
사랑한다, 녀석아!
엄마 겨드랑이가 제일 따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