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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Jul 29. 2022

 굿바이, 나이아가라!

거북 맘의 미국 여행기 8화


'아, 빨래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구먼.'

'아무래도 빨래 한탕 더 해야 되겠네.'


조용하고 깨끗하고 주변 경치도 좋으며

직원들도 너무 친절하고 조식도 훌륭했던

우리 숙소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Coin laundry가 없었다는 점이다.


어지간한 모텔은  다 갖추고 있는 세탁실이 없다 보니

한 여름에 땀이나 물에 젖은 옷가지들을

매일 세탁할 수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어쩔 수 없이 빨래를 2~3일 정도 모아서

근처에 있는 세탁소에 가져가 세탁과 건조까지 시킨 후

다시 숙소로 가져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세탁소가 숙소에서 차로 5분 거리 정도에

아주 가깝게 위치해 있었다.


'아, 내일 아침이면 드디어 나이아가라와 작별이구나.'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리며 세탁소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이제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불현듯 느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대로 충분히 머무르며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생각보다 많이 아쉽고 섭섭한 기분.


그나저나 4일 동안 토론토로 떠났던

우리 거북이들과 남편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간간히 카톡으로 소식과 사진들을 보내오긴 했지만

모르긴 해도, 그들만의 추억과 사연들이 한 보따리가 넘고도 남을 것이다.


토론토를 떠나는 순간까지...

놀이동산이 문 닫는 마지막까지 놀다가 숙소로 돌아오겠다던 삼 부녀.

애들은 그동안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비록 내가 몸이 부스러지게 힘들고 고생스럽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신나게 놀려주고 마무리하겠다던 남편.


도대체 이런 아빠가 세상에 또 있을까.

토론토에서 숙소까지 운전하고 오려면 최소한 두 시간인데...

우리 삼부녀는 아무래도 자정쯤이나 돼야 숙소로 돌아올 것 같다.


내일은 새벽같이 공항으로 가야 하는데, 좀 일찍 도착해서 쉬면 좋으련만...

남편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살신성인의 자세

정말 베스트 부성애 부문의 대상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야~~ 여기 진짜 장난 아니다 지금..."

"아무래도 캐나다 사람들이 여기 다 모인 것 같아!"


Canada's Wonderland.

남편과 아이들이 토론토로 떠난 이유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놀이동산이자

다양한 롤러코스터가 모여있는 곳이란다.


보기만 해도 숨이 멎을 것 같은 무서운 속도로  

아찔한 높이에서 수직 낙하하는 각종 놀이기구들.

뫼비우스의 띠를 수십 개 겹쳐 놓은 듯한 뱅글뱅글 롤러코스터.

사람의 혼을 쏙 빼놓고 정신줄을 놓게 만들 만큼

희한하고 와일드한 어트렉션들.


바로 우리 거북이들이 열광하는 모든 것들이 다 모여있는

환상적이고 완벽한 장소가 바로 이곳인 것이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인산인해.

입장하는데만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 들어가야 했단다.


"어떡하냐, 고생 시작이네..."


마음 같아서는 옆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고 싶었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었고...


4일 동안, 남편의 고생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이었다.


바람 불고 날씨가 험해지며 갑자기 추워지면

세심하게 점퍼와 스웨터를 챙겨 입히고

해가 나고 더워지면 얼굴 그을린다고 모자 씌워가며

행여 딸내미들 탈 날까 전전긍긍.


어지간한 엄마들보다도 훨씬 더 꼼꼼하고 능숙하게

아이들을 챙기는 남편의 모습은

여느 아빠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엄청나게 넓고 복잡한 캐나다의 광활한 놀이동산에서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하나라도 더 타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분주했을 것이고

남편은 혼자서 그런 녀석들을 신경 써 가며 틈틈이 챙겨 먹이고

하루 온종일 밖에 서서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벌을 서다시피 했을 것이다.


이왕 놀려줄 거면, 확실하고도 화끈하게 놀려 주겠다던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놀이동산 개장 시간에 들어가서 폐장 시간까지 머물다가

가장 마지막에 퇴장하는 방문객이었다고 한다.


파김치가 되어 숙소로 돌아가서도 아이들이 씻고 잠들 때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샤워도 못하며

녀석들을 참으로 헌신적이고도 살뜰하게  챙겼던 남편.


덕분에 4일 만에, 자정이 한참 넘은 시간에 숙소로 돌아온 녀석들은

너무나 밝고 만족스러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었다.

마치 소원성취를 완벽하게 한 듯한 표정이랄까.

'녀석들, 정말 신나고 즐거웠었구나...'


대단하고 위대한 아빠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두 딸들


밝고 생생한 녀석들의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입술이 부르트다 못해 물집이 터지고

한눈에 봐도 피로가 1톤 트럭 분량은 족히 쌓인듯한 남편의 몰골은

곧 쓰러지기 일보직전으로 보였다.


"내일은 새벽같이 공항에 가야 하니까

난 잠깐 나이아가라 폭포 좀 보고 후딱 돌아올게...

이렇게 떠나기엔 너무 아쉽잖아."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간인데...

남편은 아이들과 토론토로 떠나기 전,

단 하루밖에 나이아가라의 경치를 즐기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못내 서운하고 아쉬웠는지

그 늦은 시간에 피곤에 절은 몸으로

기어이 한번 더 나이아가라를 보고 오겠다며 혼자서 차를 몰고 다녀왔다.


'우리, 꼭 둘이서 다시 한번 오자...'


이로써, 우리 거북 가족의 나이아가라와 캐나다 여행은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비록, 일주일을 통으로 함께 보내진 못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즐기면서

평생에 남을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내일은 다시 시애틀로 가기 위해

아침 댓바람부터 비행기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다소 힘든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7박 8일의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위해

시애틀 항구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에게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나이아가라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쉽게 지나가고 있었다.



9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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