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
푸른 바다가 짙게 펼쳐진 갯바위마다 바람을 그린 듯 해국이 피어난다. 단단하고 검게 그을린 바위, 짜디짠 갯바위에도 흙 한 줌 없이 꽃은 조용히 몸을 올린다.
들꽃들은 어느새 자신들의 작은 섬을 만들어 간다. 갯바람은 꽃잎에 머물며 보랏빛 물결로 살며시 흔들리고, 햇볕에 그을린 바위 위로 파도는 포말을 흩뿌리며 다가왔다가 스러진다.
갯쑥부쟁이가 가을을 물들인 뒤 천천히 뒤따라 피는 해국. 가을 하늘을 닮은 것인지, 외로운 바다를 닮은 것인지, 바다를 향해 고개를 든 그 모습은 마치 바다를 오래 사모해 온 꽃 같다. 더디게 피어나며 푸른 하늘과 짙은 바다를 품어내려는 듯하다. 잎마다 흰 솜털을 두르고, 두툼한 잎살로 해풍을 견디는 해국. 운이 좋으면 순백의 꽃을 마주할 수 있다.
해국이 늦가을을 물들이면 바다는 한층 깊어진다. 달그락거리며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해국은 은은히 흔들리고, 보랏빛 한 줄기 숨결이 바다 위로 번져 간다. 늦가을빛이 스며들면 겨울의 문턱도 바람의 꼬리에 가만히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