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취
꽃은 저마다 아름답다. 어느 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나 첫눈에 화려하게 다가오는 꽃이 있는가 하면, 꽃이라 부르기엔 어딘가 어색한 몸짓도 있다.
나 역시 눈부시게 빛나는 꽃에 먼저 마음이 갔다. 초록빛 몸짓이 자꾸 나를 부르는 듯했지만, 처음 보았을 때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스쳐 지나쳤다. 흔한 풀이라 여기며 바쁜 걸음을 재촉했고, 가을볕이 은은히 스며드는 길 위에서 더 특별한 꽃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내 앞을 가로막듯 서 있던 것은, 처음부터 나를 부르던 그 낯선 움직임이었다.
관심을 가질 필요 없다며 지나쳤지만, 내 시선은 어느새 그 초록빛 몸짓에 붙들려 있었다. 그제야 궁금해졌다. 이 식물은 무엇일까? 이름도 모르던 들꽃인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고 오밀조밀한 꽃송이들이 신비로운 꽃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잎겨드랑이 아래에 숨어 피어난 꽃송이들은 처음엔 열매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면 분명 꽃이었다. 촘촘히 모인 하얀 꽃잎 사이로 암술이 살짝 뻗어 반짝였다. 손끝으로 살짝 건드리자 연약한 꽃잎은 금세 사라졌다.
키는 1m 남짓. 흐트러진 가지 끝에 볼품없이 작은 꽃을 피우는 이 식물은 화려한 가을꽃들 사이에서 존재를 드러내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조차 알기 어려웠다. 국화과의 여러 '취' 가운데 이 식물의 이름은 뜻밖에도 ‘추분취’였다. ‘취’라는 이름이 어색할 만큼 소박했다.
꽃은 알기 전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초록빛일 뿐이다. 그러나 이름을 알고 들여다보면, 초록 속에서도 은밀한 꽃의 세계가 열린다. 이름을 부를 때, 비로소 생명의 빛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