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딱취
갈바람에 단풍잎이 사뿐히 내려앉는다. 날개도 없이 떨어지는 단풍잎 하나가 쓸쓸한 마음을 달래듯 화사하게 웃으며 내려온다. 좀딱취를 만나러 가는 숲길은 한층 쓸쓸하다. 바람이 스치면 낙엽이 우수수 흩날리고, 늦가을의 마지막 편지가 길가에 차곡히 쌓인다. 간간이 나뭇잎 사이로 비친 햇살도 금세 수줍게 숨어버린다.
한여름 화려했던 꽃들이 자취를 감추고, 초가을 고독을 품던 보랏빛 꽃들도 사라지던 무렵. 그때쯤 만나야지 했던 좀딱취를 결국 늦어져 이제야 찾아간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한라산의 꽃들은 이미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한다. 그래서 늦가을에 만날 수 있는 꽃은 좀딱취뿐이다.
그러나 좀딱취도 매서운 바람 속에서 겨울나기를 시작해야 할 때가 온다. 국화과의 이 작은 꽃은 화려한 꽃들이 모두 사라진 뒤, 기다렸다는 듯 하얀 얼굴을 조용히 내민다. 늦가을까지 남아 있을 곳을 찾아, 봄철 자주 오르던 숲길로 향했다. 종이를 오려 붙인 듯한 작은 흰 꽃은 바람에 날아갈 만큼 가냘프다.
좀딱취는 여름부터 봉오리를 움츠리고 있다가 단풍이 물들면 흰 꽃잎을 펼친다. 빨간 꽃술을 감싸 안은 하얀 꽃잎은 붉은 입술을 보듬듯 활짝 열리고, 세 개의 꽃술을 중심 삼아 작은 무희처럼 날개를 편다. 이 꽃은 피는 순간뿐 아니라 지는 모습도 아름답다. 단정하게 스러지는 모양새는 슬픔마저 품어내는 춤사위 같다. 좀딱취처럼 아름답게 피고 질 수 있다면, 생의 마지막까지 순수함을 잃지 않을 것이다.
갈바람이 불어와도 좀딱취는 은빛 부챗살을 펼치며 마지막 춤을 춘다. 작은 몸으로 바람 속을 사뿐히 지나며, 늦가을의 쓸쓸함을 끝까지 견뎌낸다. 가느다란 부챗살 사이로 한 줌의 햇살이 내려앉으면, 낙엽들은 조용한 관객이 되어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어느덧 -가을, 꽃잎에 깃든 고요-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독자와 작가님들의 발자취와 따스한 마음을 나눠주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장의 붉은 낙엽이 노을 끝자락에 매달려 있네요. 모두 한해를 잘 마무리하시고 행복한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