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반영의 시

애기어리연

여름에서 가을까지, 습지를 찾는 이들에게 순백의 선물을 전하는 꽃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연꽃, 애기어리연. 몇 차례 비가 쏟아지고 나면, 자그마한 수생식물들은 물속으로 스며든다. 수면 위로 다시 피어나는 날을 기다리며, 그 작은 몸을 물결에 맡긴다. 수생식물들은 대개 오전에 꽃을 피운다. 맑은 날 찾아가야만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애기어리연의 반영을 담으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보일 듯 말 듯, 자그마한 꽃들에게는 ‘좀’이라는 이름이 따라붙는다. 좀어리연, 좀향유, 좀민들레... 그러나 ‘애기어리연’이라 부르는 것이 더 정겹고 사랑스럽다. 제주에서 처음 발견된 애기어리연은 한눈에도 어리연과 구별된다. 어리연에 비해 훨씬 작고, 꽃자루 또한 짧아 수면 위로 올라와도 꽃송이만 둥둥 떠 있는 듯하다.



어리연과 애기어리연,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마치 엄마와 아기처럼 정겹다. 손톱만 한 크기의 애기어리연은

작고 귀여운 아기의 얼굴을 닮았다. 1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꽃송이, 수면 위로 조용히 피어나는 모습은

마치 자신의 아름다움에 빠진 나르키소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 모습에 빠져버린 것은 다름 아닌 우리다.


애기어리연을 담으려 물가에 몸을 낮추고,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거머리가 다리에 슬며시 붙는 줄도 모른 채,

우리는 그 작은 꽃에 넋을 놓는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애기어리연만의 특별한 표식을 발견할 수 있다. 꽃잎 뒷면 끝자락, 연분홍 점을 찍어놓은 듯한 흔적. 손톱만 한 꽃잎이라 눈여겨보지 않으면 스치듯 지나쳐 버린다.


수생식물의 아름다움은 반영에 있다. 바람도 숨죽이며 지나가는 고요한 못 속에서, 애기어리연의 반영은 한 편의 시가 되어 습지를 채운다. 고요함이 깃든 그 시를 따라, 자연이 건네는 아름다운 선물이 우리 곁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