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랏빛 풀잎 엽서

물달개비

제주 곳곳에는 크고 작은 습지가 있다. 그곳에는 수생식물들이 피고 지며, 늦가을까지 여전히 생명의 노래를 들려준다.


맑은 하늘을 담아내는 자그마한 못,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고요한 수면 위로, 새털구름이 흐르고 가을바람이 스며든다. 그 바람을 따라, 풀잎들은 한 장 한 장 가을의 엽서를 띄운다. 그중에서도 청보랏빛으로 물든 한 장의 엽서, 가을날 우리를 맞이하는 물달개비가 있다.


물달개비는 물옥잠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며, 논이나 습지에서 자란다. 달개비(닭의장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부레옥잠과도 닮은 모습이다. 그러나 활짝 피어나는 부레옥잠과 달리, 물달개비의 꽃잎은 수줍은 듯 반쯤만 열린다. 이 앙증맞은 꽃을 만나려면 오전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 수생식물들은 대개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꽃잎을 다물어버린다.


가을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습지는 풀잎 엽서를 띄운다. 그 속에서 청보랏빛 꽃이 조용히 피어난다. 물달개비는 풀잎의 엽서로 청아한 꽃을 피우며 가을을 노래한다.

풀잎의 떨림은 한 편의 시가 되고, 청보랏빛 꽃잎은 수줍게 피어난다. 그렇게 한 장의 풀잎 엽서 위에서, 가을은 점점 깊어 가고, 가을을 닮은 꽃들은 지천으로 피어나 계절을 예찬한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풀잎에 마음을 담아 띄울 수 있는 가을을 맞이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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