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발
수상발레리나처럼 우아하게 춤을 추듯 노란빛을 내뿜는 통발이 자꾸만 유혹한다. 희귀한 식충식물 '통발'이 제주에도 있다. 어느 가을날, 신비로운 통발을 먼발치에서만 바라보기만 했다. 물이 깨끗하지도 않았고, 혹시나 뱀이나 거머리가 나올까 봐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봤다. 그러나 식충식물이라는 신비로움에 자꾸 끌렸다. 꼭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뿌리는 어떻게 생겼는지, 벌레잡이 주머니의 생김새와 어떻게 벌레를 잡아먹는지도 궁금했다.
통발을 어여쁘게 담으려면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무서운 뱀이 나올지도 모른다. 거머리가 달라붙을 수도 있다. 먼발치에서 담기에는 꽃이 작다. 결국 발만 구르던 발걸음이 못 속으로 들어섰다. 노란빛이 흩날리는 그 자리에서 서자, 무서움보다 경이로움이 앞섰다. 조심조심 다가가 통발을 바라보았다. 노란빛으로 유혹하는 장면 하나 얻겠다고 겁도 없이 물속으로 들어간 용기는,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다. 습지 탐사에 나설 때는 장화를 챙기는 게 안전하다.
구부정하게 굽혀 통발을 찍고 있는데, 발가락 끝이 살짝 물어뜯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른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미꾸라지거나 물속 벌레겠지'하고는 제대로 앵글 속으로 담고 싶은 욕심에 한참이나 머물렀다.
보면 볼수록 신비로운 수생식물이다. 통발은 연못이나 습지에 자라는 다년초다. 식충식물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햇살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 벌레잡이 주머니가 물속에 떠 있으면서 작은 생물을 잡는데, 그 모양이 고기잡이 통발을 닮아서 이름을 그렇게 붙었다. 통발은 뿌리 없이 가느다란 줄기가 물속에 떠 있고, 줄기에는 잎과 벌레잡이 주머니가 달려 있다. 플랑크톤이나 물벼룩이 통발의 털을 건드리면, 순간 벌레잡이 주머니가 열리면서 물과 함께 작은 생물도 빨려 들어간다.
통발은 8월부터 10월에 햇살처럼 포근한 노란 꽃을 피운다. 기온이 떨어지면 꽃잎과 줄기를 떨구고 작은 싹으로 겨울을 견딘다. 어린싹은 물속에서 조용히 꿈을 꾸며 여름과 가을 기다린다.
우리는 어떤 꿈을 꿈꾸면서 내일을 기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