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내려앉은 별빛

좀고추나물

가을바람이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꽃을 피워낸다. 소슬한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이 수면 위에 반짝이며 춤을 춘다. 계절이 흐르는 습지에는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문턱이 맞닿아 있다. 때늦은 여름꽃들과 가을꽃들이 서로 자리를 나누어 가지며 조용히 인사를 주고받는다. 보내는 이와 맞이하는 이가 서로의 존재를 고마워하듯, 습지 위로 잔잔한 파문이 일렁이고, 그 사이로 가을하늘이 내려앉는다.


어리연꽃이 만발하던 초가을 어느 날,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뜻밖에도 작은 풀꽃이었다. 좀고추나물, 노란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 물가에 내려앉았다. 손톱만 한 크기의 노란 꽃은 한들한들 바람을 타고, 물빛과 어우러져 더욱 신비로운 빛을 낸다.


좀고추나물은 물레나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습지에서 자라는 작은 풀꽃이다. 하지만 그 작고 여린 자태를 온전히 담아내기란 여간 어렵다. 햇살이 강한 날이면 꽃잎의 노란빛이 쉽게 날아가 버려, 사진으로는 그 선명함을 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오늘, 물가에 핀 좀고추나물은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가을선물 같다. 아침이슬을 머금고 초롱초롱 빛나는 모습이 물빛에 반사돼 더욱 찬란하다. 숨을 죽이고 몇 번이고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내고 싶다는 욕심에 가끔은 속상하기도 한다. 장비가 부족한 나로서는 좋은 모델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행운이다. 하지만 자연은 가끔, 아무런 인위적 조작 없이도 가장 완벽한 장면을 선물해 준다.


물가에 반짝이며 떠 있는 작은 노란 별들. 그 모습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며 가을이 속삭이는 듯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계절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음을, 마치 초가을이 내게 보내는 작은 기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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