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숨결 속에서 피어나다

야고

가을이 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푸른 하늘 모퉁이라도 붙잡아 저 멀리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톡, 톡, 파란 하늘을 한 입 베어 물면,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생명의 꽃들이 피어난다.


보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연은 때가 되어야만 모습을 허락한다. 그래서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그 순간, 가슴은 황홀한 기쁨으로 채워진다.


억새풀 틈에 수줍게 핀 야고, 그 모습이 어쩐지 슬프다. 억새뿌리의 양분을 받아 사는 작은 생명. 미안함에 고개를 숙인다. 그 자그마한 꽃이 어쩜 이리도 황홀한 기쁨을 주는지, 바짓가랑이를 붙잡던 야고를 마음껏 담고 돌아와서도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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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해!"

억새가 바람결에 살며시 속삭인다. 가을의 여인, 억새꽃이 곱게 피어오른다. 홀씨를 바람에 날려 보낸 후, 겨울 들녘에서 쓸쓸하게 몸을 흔드는 억새. 텅 빈 가슴으로 울어대는 모습이 어딘가 슬픈 여인을 닮았다. 그러나 구월의 억새꽃은 다르다. 새색시 볼처럼 수줍게 피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한다.


자줏빛 물감을 살짝 풀어놓은 듯한 억새, 오고 가는 이들의 마음을 붙잡는 억새, 그 뿌리에서 기생하는 야고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양분을 나눠주는 너그러운 풀. 우리도 억새처럼 살아가고 있을까?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행복이란 이런 거야. 나의 것을 나눠줄 때, 행복은 두 배로 커지는 거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속삭임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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