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총총 내려앉은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3.JPG 변산바람꽃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 떠오를 때마다 대지는 분주해진다. 별만큼이나 많은 꽃들이 피어나기 위해 땅속에서 꿈틀거린다. 하늘엔 별이, 지상엔 꽃이, 영롱한 빛깔로 피고 지며 우리 가슴속으로 내려와 희망의 꽃이 된다.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대지의 속살이 깨어난다. 꼼지락꼼지락, 봄눈을 틔우며 솟아나는 꽃대들. 소리 없이 땅을 뚫고 햇살을 품으며 피어오른다.


쓸쓸한 숲에 가장 먼저 등불을 켠 복수초. 그 따스한 미소를 보고 변산바람꽃이 찾아온다. 뒤따라 노루귀꽃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이제 숲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모두 함께여서 꽃동네를 이루고, 봄의 마을을 만든다. 눈처럼 하얗게 피어난 변산바람꽃. 햇살을 가득 머금고 살포시 미소 짓는 그 얼굴이 마음을 황홀하게 한다. 가냘픈 꽃대 위, 여리디 여린 꽃잎을 펼치며 바람의 날개깃을 타고 내려온 천사처럼.


너무도 곱다. 머리맡에 두고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다. 하지만, 그 욕심이 진정 사랑이 될 수 있을까. 너를 위해, 욕심을 내려놓는다. 언제든 다시 찾아오면 넌 늘 그 자리에서 가장 고운 모습으로 반겨주겠지. 때때로, 꽃대 하나에 서로 얼굴을 맞댄 쌍둥이 바람꽃이 피어난다. 그 순간을 마주하는 행운이라니! 변산바람꽃을 본 것만으로도 기쁜데, 쌍둥이 바람꽃까지 만나니 마치 복권에 당첨된 듯 가슴이 두근거린다.

꽃들도 우리처럼 이웃해 살아간다. 바람꽃은 바람꽃 마을을, 노루귀는 노루귀 마을을 이루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햇살 속에 꽃을 피운다. 뽀송뽀송한 솜털을 두른 노루귀. 변산바람꽃보다 작지만 눈처럼 순백의 꽃잎을 펼친다. 가끔은 분홍빛 노루귀도 찾아와 햇살 아래 꽃잎을 열어 보석처럼 빛나는 봄을 품는다. 꽃마을에 사람이 찾아가자 숲 사이로 노루 한 마리가 달아난다. 조용히 머물렀다가 살며시 꽃과 눈 맞추고 떠난다.


황금빛 등불을 밝혀 가장 먼저 숲을 밝힌 복수초, 그 수고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변산바람꽃과 노루귀꽃이 봄을 노래하니, 이제 숲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밤하늘의 별 이야기를 나누는 꽃들. 콩닥콩닥 설레는 마음으로 첫사랑처럼 피어나고, 사랑의 꽃으로 타오른다. 꽃처럼 살다, 꽃처럼 사랑하고, 꽃처럼 떠나는 일.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아가기를 바라며 오늘도 꽃을 찾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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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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