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흰 목련이 하얗게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봄은 두툼한 외투를 벗어버리고, 제법 산뜻한 봄빛으로 다가온다. 움트는 가지마다 연한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숲은 완연한 봄빛에 들꽃들의 몸놀림이 즐겁고, 햇살처럼 눈이 부시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복수초가 피기 시작하면서, 봄의 노래는 조용히 시작되고, 황금빛 복수초로 화들짝 피어버린 숲은 금빛으로 곱게 물들어 간다.
복수초는 봄꽃에 비해 제법 오래 꽃을 피운다. 햇살이 비치면 오므렸던 꽃봉오리를 활짝 열고,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반짝반짝 화사하게 빛을 낸다. 앙상한 숲 속에서 복수초는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려주며, 장수와 행복을 상징하는 그 아름다움으로 금빛 꽃바람을 살포시 불어넣는다. 얼어붙었던 마음마저 열리게 한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복수초는 '세복수초'로, 그중에서도 하얀 꽃을 피우는 '은빛복수초'는 희귀한 꽃으로, 자주 볼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은빛복수초는 세복수초와 같지만, 꽃 색깔이 노란색이 아닌, 하얀색이며, 그 꽃잎 안쪽은 하얗고, 바깥쪽은 엷은 보랏빛을 띤다.
그 많은 황금빛 속에서 오로지 은은한 빛으로 발사하는 은색의 빛, 그 독특함이란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희귀한 만큼,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들꽃이다.
은빛복수초를 찾기 위해 헤매 보았지만, 쉽게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꽃이 내게 말을 걸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들꽃이다.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은빛복수초가 조용히 내 앞에 나타나 은은한 미소로 건네왔을 때의 행복감은 말로 다할 수 없다.
햇살이 머물고 있는 은빛복수초의 꽃잎을 들여다보니, 은빛 날개를 반짝이며, 금방이라도 하늘가로 날아오를 듯한 은빛 날갯짓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금빛복수초와 어우러진 은빛복수초와 함께, 봄빛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숲의 노래가 들려온다.
은빛복수초를 찾아 헤매던 그날, 누군가의 손에 의해 아름다웠던 숲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땅을 파헤친 흔적, 쑥대밭이 되어버린 모습은 마음 깊은 곳에 슬픔을 안겨주었다.
숲은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아름다운 숲 하나를 가꾸는 데는 몇 년, 아니 몇십 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들꽃은 우리네 닫혀 있던 우리의 마음을 열어준다. 봄빛처럼 화사한 그 존재는 활기와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우리 삶에 불어넣어 준다.
아름다운 숲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봄은 매년 찾아오지만, 사라진 들꽃을 되찾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은빛복수초와 금빛복수초가 어우러져 숲을 아름답게 가꿔갈 수 있도록, 자연에 맡겨야 한다.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