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자라던 그곳, 청소년수련시설에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다.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고마운 분들을 챙겨야 하는 달.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도 마음만은 꼭 전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조금 버겁긴 하지만, 그래도 안 챙기면 내가 더 섭섭한걸.
어린이날이 다가오기 전부터 선물 준비로 분주했다. 선물을 고르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고, 손주들의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선물을 준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구나. 그렇게 어버이날까지 정신없이 지나갔다.
밤새 원고를 쓰다 보니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붙였다.
깊은 잠든 탓에 전화벨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점심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승한이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오랜만에 먼저 전화를 건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얼른 승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응, 나야 퇴직하고 잘 지내고 있어.”
“오늘 스승의 날이라 전화드렸어요.”
“와! 세상에, 잊지 않고 전화해 주다니 너무 고맙다. 승한이는 잘 지내?”
“네, 지금은 복지사로 일하고 있어요.”
“그래, 잘 됐네! 결혼은?”
“내년 봄쯤 하려고요.”
“그래! 결혼식 날짜 정해지면 꼭 연락 줘야 해. 알았지? 승한의 결혼식엔 꼭 참석해야지.”
“네, 선생님.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내년 봄에 보자!”
아, 오늘이 스승의 날이로구나. 날짜 가는 줄도 몰랐네. 승한이는 내가 청소년지도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처음 만난 학생이었다.
당시 나는 인터넷신문 기자로 일하다 청소년교육학과를 마치고 청소년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후, 곧바로 퇴사했다. 퇴사 6개월 만에 운 좋게 서귀포시 대정청소년수련관에 입사했다. 입사한 지 이틀 만에 만난 승한이는 대학 1학년이었는데, 일반적으로 대학생이 되면 수련관에 잘 오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승한이는 자주 찾아와 동아리 활동을 이어갔다.
나는 첫 근무지에서 비보이, 응원댄스 등의 동아리를 맡았고, 승한이는 비보이 동아리의 리더로 활동했다. 청소년 공연 무대에서 멋진 춤 실력을 뽐내며 늘 중심에 있었다.
승한이가 군 복무를 하게 되면서 비보이 동아리 운영은 쉽지 않았다. 승한이처럼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필요했지만, 주변에는 그 역할을 맡을 만한 청소년이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힘겹게 비보이 동아리를 어어갔다.
군 복무를 마친 승한이는 수련관에 인사차 들렀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모습이 반가웠다. 그리고 마침 비보이 선생님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승한이에게 부탁했다. 그는 흔쾌히 수락했고, 그 덕분에 동아리는 다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후배들을 잘 이끄는 리더로 성장해 가는 모습에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전공과는 무관한 커피숍에서 일했다. 승한이는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선물을 사 들고 수련관에 찾아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 소중한 마음에 선생님들은 늘 감동받곤 했다.
우리는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언젠가 카페를 운영하게 되더라도, 전공을 살려 복지사나 청소년지도사로 일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승한이는 그렇게 해보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복지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잊지 않고 전화를 걸어온 승한이. 그에게 해 준 것도 없는데, 늘 이렇게 챙겨주다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마음이 참 따스하게 스며온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