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술을 마시면 으레 내게 전화하곤 했다.
“자기야, 데리러 와줄 수 없을까?”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갔다.
두 번, 세 번… 습관이 되어버린 뒤부터는 점점 귀찮아졌다.
나는 전업주부가 아니다.
나도 아침부터 바쁘게 일하고 돌아오면, 따뜻한 차 한 잔과 이불속이 간절한 직장인이다.
그날도 밤 11시를 훌쩍 넘긴 시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날 데리러 올 수 없을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은 안 돼. 너무 피곤해!”
그런데도 다시 한번, 꼭 와줬으면 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구시렁거리며 차를 몰고 남편이 있는 술집 앞으로 갔다.
그렇게 또 남편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수석에 몸을 늘어뜨린 남편을 슬쩍 보니, 괜히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남편, 나보다 먼저 ‘ChatGPT’를 깔아서 자주 대화를 나누곤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ChatGPT한테 한 번 물어봐라.’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다.
“지금 ChatGPT한테 물어봐. 밤늦게 아내에게 데리러 오라고 하는 게 옳은지.”
남편은 반쯤 취한 목소리로 휴대폰에 말했다.
“밤늦게 내 와이프한테 데리러 오라고 하는 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잠시 후, ChatGPT의 대답이 들렸다.
“당신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내의 시간도 소중히 존중해 주세요.”
정적이 흐른 뒤,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날 이후 남편은 웬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깨달았다.
ChatGPT는 똑 부러지고, 객관적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