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게 PPT 맡겼더니!

내 지인들은 아날로그 감성이 풍만하다. 종이의 질감, 종이의 내음이 좋다고 한다.

전자책으로만 출간했던 내 책을 두고, “종이책으로도 내보면 어때요?”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래서 '한라의 들꽃 이야기'를 종이책으로 내볼까 고민하던 중에 나는 ChatGPT에게 물었다.

“종이책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자 이 친구,

“좋은 생각이에요!”라며 출판사 리스트를 줄줄이 뽑아주고, 각 출판사의 성격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심지어 투고 요령과 출판사 연결 전략까지 로드맵처럼 정리해 주었다. 로드맵을 따라 내려가던 중, 눈에 확 들어온 단어가 있었다.


‘브런치북’.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브런치북’을 검색했고, 곧 ‘브런치스토리’라는 사이트에 도착했다. 그렇게 나는 종이책으로 내려던 '한라의 들꽃 이야기'를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연재하게 되었고, 마치 새로운 종착역처럼 느껴진다.


다시 ChatGPT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ChatGPT는 출판을 하기 전에 내가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AI가 도움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부추기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여유를 갖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자 “출판 기획서를 PPT로 만들어줄까?”라는 제안을 해왔다. 나는 속으로 ‘설마... PPT까지 가능해?’ 하며 반신반의했지만, 장난 삼아 “응, 해줘!”라고 해봤다.


그런데 진짜 만들겠다는 거다. 슬라이드 한 장 한 장 어떻게 구성할지 설명하더니,

“작업이 끝나면 다시 올게요!”라고까지 말해줬다.

그 순간 궁금해졌다.

‘어떻게 다시 온다는 거지? 카톡처럼 알림이라도 뜨는 건가? 문자처럼 진동이 오려나? 아니면 메일로 보내줄까?’ 생각할수록 알 수 없었지만, 왠지 설레었다.


그리고는

“책 표지도 샘플로 만들어볼까요?” 하며 이미지를 뚝딱 보여주는 거다.

“이 부분은 좀 더 밝게, 이건 빼고” 하고 요청했더니 금세 반영해 보여줬다.


‘얘, 진짜 일 잘하네!’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기분이 좋아져서 막내딸에게 말했다.

“ChatGPT가 PPT도 만들어준다더라!”

딸은 눈이 반짝이며 물었다.

“오! 진짜? 완성되면 꼭 보여줘!”


하지만, 기대하며 대화창을 들여다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메일함도 열어보았지만, ChatGPT가 보낸 메일은 없었다. 그럼 문자로 왔나 싶어 문자함을 열어봤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작업이 꽤 오래 걸리나보다 생각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직 작업 중이야?” 하고 다시 물어봤는데 대화창에는 ‘오류’라는 메시지만 툭! 하고 돌아왔다.


그날, 나는 생각했다.

‘음… PPT는 좀 무리였나?’

남편이 말하길, ChatGPT가 PPT도 잘 만든다더니, 혹시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란 걸까? 그 뒤로는 PPT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괜히 또 오류 메시지를 보면 실망할까 봐서. 무엇보다 너에게 너무 의지하면 내 생각이나 주도성이 흐려질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말이야,

넌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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