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일이야.
“그 조언을 왜 나한테 구하는 걸까.”
아무렴 어떻냐는 사람처럼 천천히 말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가지고 찾아온 것은 매우 기쁘지만, 대화가 가벼워지지 않기 위해 기쁜 기색을 들키지 않으려고 담담하게 말했다. 원래 웃상이라 다행히 웃음을 다 숨길 필요는 없다.
“그냥.”
그녀는 설명을 덧붙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덧붙이기 시작하면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귀찮은 표정이다.
“거짓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추궁하는 어조는 아니었다. 장난처럼, 그러나 그녀의 귀찮음을 모르는 척하겠다는 넉살을 가지고.
“네가 이런 거 물어봐 주면 기뻐할 사람, 많잖아. 그리고 이런 진로 문제는 보통 교수님이나 목사님 같은 분들한테 상담하지 않아?”
잠깐의 공백.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귀찮음을 이겨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론. 귀찮음을 피할 수 없다면 실랑이하지 않고 빨리 말하는 게 덜 귀찮다. 시선을 피하지도, 마주하지도 않은 애매한 각도에서, 그녀는 한숨을 한 번 내쉬며 말했다.
“… 내가 지금 지키는 두 원칙 중 하나야. 난 이런 고민이 있을 때 권위에 질문하지 않아.”
“오호라.”
그는 의미 없이 감탄사를 던졌다. 재촉하지 않겠다는 신호이지만 동시에 설명을 끝까지 듣고야 말겠다는 말.
“진로 결정이라는 건 결국 감정적인 문제잖아. 정답은 없어.”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그들에게 묻고 싶진 않아. 같은 조언을 수십 명, 어쩌면 수백 명한테 했겠지. 그 조언이 매번 진심일까? 진심이어도 문제고, 아니어도 문제야. ”
말을 마친 뒤에도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더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여기까지가 오늘 꺼내도 되는 분량이라는 듯이.
“그래서, 나는 진심일 것 같아?”
그 질문에 그녀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잠깐, 정말 잠깐 그를 바라봤다. 즉흥적으로 계산했다기엔 너무 즉각적인 연출.
“응. 적어도 그들보다는.” 그녀는 침을 삼켰다.
“만에 하나 결과가 좋지 않다면, 너는 날 더 신경 쓰겠지. 그래서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일이야.”
헤지(hedge)
명사. 경제 투자자가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보유하려는 자산의 가치가 변함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없애려는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