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테이블 위에는 커피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김은 거의 나지 않았다. 대신 핸드드립 커피의, 침전된 특유의 향만 남아 있었다. 그는 잔을 들고 흔들어, 침전된 것들을 흔들어 일으켰다. 그리고 아주 적게 한 모금을 마셨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내려놓았다. 그는 내게 심리 상담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감정을 침전시키지 말고 흔들어 일으키라고? 그것들을 삼킬 수 있을 만큼 쪼개면 삼킬 수 있을 거라고? 너무 무책임한 말이야.”
내게 하소연하는 그는 정말 한 틱 차이로 우연히 살아 있는 사람이다. 정말 한 틱 차이로. 내가 그때 우연한 변덕으로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이 거실에서 나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실을 수년이 지나서야 고백했을 때도, 그는 이렇게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할 말을 입 밖으로 발음하기 전, 머릿속으로 천천히 검토했다.
“타인을 치료하는 입장은 때론 자신이 더 나은 삶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착각을 가지게 하는 것 같아. 매우 편협하고, 오만해.”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선은 커피 표면에 머물렀다. 검은 액체 위에 비친 거실 조명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이제 예전처럼 눈물을 흘려 울지 않는다. 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울지 않는다고, 그는 내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건 그의 착각이다. 눈물을 흘려 우는 것보다 더한 울음을 그는 할 줄 알게 되었다.
“나도 알아. 그때 모든 게 우연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남은 건 우연 덕분이라는 걸. 그렇다면 다시 내 감정을 흔들어 내 마음에 침전된 것들을 휘저으면, 내 목숨을 운에 맡기고 휘젓는 것과 무엇이 다르지?”
그의 슬픔을 헤아리면 늘 숨이 막힌다. 나는 잔 가장자리에 남은 커피 자국을 멍하니 바라봤다. 한숨이 우선 나왔다. 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속으로만 생각했다고 생각한다.
‘뇌가 굳은 실명자와 대화하는 건 즐겁지 않은 일이야. 옮으니까.’
이번엔 분명히 소리 내어 말했다.
“감정을 침전시키지 말고 흔들어 일으키라고? 그것들을 삼킬 수 있을 만큼 쪼개면 삼킬 수 있을 거라고? 너의 감정이 바위인 걸 몰라서 하는 말일 거야. 바위는 쉽게 쪼갤 수도, 쪼갠다고 소화시킬 수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