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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맨체스터 여행 일지

여행에 적당한 즉흥이 들어갈 때

by 윤슬

MBTI에서 J가 나오지만 사람은 입체적이라고, 세웠던 계획이 틀어져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바뀌면 바뀐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자는 마인드를 가진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 큰 희열감을 느낀다. 자유롭게 방랑하는 여행객이 된 기분이랄까.


교환 생활을 한 지 3주 차 월요일이 되었을 때, 나의 교환생활 메이트인 H에게서 카톡이 왔다.


'이번 주 금요일에 날씨가 좋다고 나오는데, 맨체스터 여행 갈래?'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파티를 가기로 했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여행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잡아야 한다. 나는 고민도 없이 가자고 했다.


새벽 2시까지 파티에서 놀다가 3시간 자고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전날에 낮잠을 자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또렷했다. 3주 동안 셰필드에서만 지내서 답답한 마음이 컸다. 대학교가 하나의 마을 같아서 어디를 가도 비슷했다. 새롭게 기분을 환기할 생각에 설렜다. 이제는 도서관이라기보다는 만남의 장소가 되어버린 다이아몬드 앞에서 H를 만났다. 우리는 서로 방방 뛰면서 작게 흥분을 터뜨렸다.


기차여행도 식후경이라고, 떠나기 전에 따뜻한 카페라테를 한 잔 마시며 기차를 기다렸다. 교환 첫째 주, 킹스크로스 역에서 셰필드 역에 떨어진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당시 무거운 짐을 나르고 처음 마주하는 풍경에 낯을 가리느라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두 개의 여유를 모두 챙긴 채 따뜻한 음료로 오늘 발산할 에너지를 예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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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는 셰필드 바로 옆에 있는 지역이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H와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역을 벗어나자마자 붉은 벽돌로 쌓인 건물들이 우리를 반겼다. 런던 여행 이후로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여행할 때 느낄 수 있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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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향한 곳은 브런치 카페였다. 브런치 메뉴를 사랑하는 우리는 설렘에 잔뜩 부푼 채 메뉴를 골랐다.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 특히 해외에서 먹는 음식은 조금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는 편이다. 한국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halloumi' 메뉴가 있어 고민 끝에 골랐다. 이날따라 아메리카노 말고 유럽 스타일에 맞게 에스프레소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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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써서 당황했다. 유럽 방식을 제대로 고수하려다가 혀만 머쓱해졌다. 그래도 커피를 쓴맛으로 먹는 사람으로서 후회가 되는 맛은 아니었다.


브런치 메뉴는 비주얼만으로 기분을 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담백한 사워도우 빵 위에 올라간 퐁실퐁실한 수란과 살포시 자리 잡은 할루미 치즈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브런치의 정석인 에그 베네딕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런치 메뉴이다. 3주 만에 셰필드에서 벗어났기 때문일까, 오랜만에 요리에서 벗어나 외식을 했기 때문일까, 우리는 평소보다 흥분해서 먹었다. 이날 우리는 행복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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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든든하게 채우니 맨체스터 거리의 풍경 조각들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중고책들을 1파운드씩에 파는 간이 책방이 눈에 들어왔다. 책이 무리를 지은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짐을 늘릴 수 없어 책을 사지 못하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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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H는 가는 길에 들르고 싶은 곳이 있으면 구경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니고 있다. 맨체스터 미술관을 목적지로 걸어가던 중, H&M이 보여 들어갔다. 요즘 새로운 옷을 입고 싶은데, 가격도 저렴하면서 마음에 드는 옷을 찾기가 힘들다. 옷은 퍼즐 조각들이 정확히 맞물리듯, 내 마음에 쏙 들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조건이 더 붙다 보니 결국 구매를 주저하게 되는 것 같다. 이날도 애매하게 마음에 든 옷을 피팅해봤으나, 애매하다는 이유로 사지 못했다.


미술관에 흥미가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런던 여행 때부터 미술관 탐방에 재미를 갖기 시작했다. 미술에 대한 조예도, 지식도 없어서 가족들이랑 미술관에 갈 때면 수업을 듣는 것 마냥 지루했다. '잘 그렸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아무 생각도 안 드는 나 자신이 지루해서 미술관을 지루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발이 이끄는 미술 작품 앞에 멍 때리면서 왜 이 작품 앞에 내가 머무르고 있을까 생각을 시작하니 그제야 내가 미술관을 갈 이유를 찾았다. '생각'이 작품에 대한 조예나 지식이 아닌 들 어떠한가. 누구 앞에서 미술 작품을 설명할 것도 아닌데 말이다. 눈이 즐거워지고 그림 속 좋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만으로 미술관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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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멍을 때리면서 본 그림이나 작품은 사진을 찍었다. 특히 세 번째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나뭇가지에 파묻혀서 위를 응시하는 소녀가 자유로워 보였다. 그 옆에 함께 있고 싶다기보다는 소녀와 동화되고 싶었다. 기념품 가게에 그 그림의 엽서가 있는지 살펴봤지만 없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미술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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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라이앤즈 도서관에 도착했다. 길 건너편에서부터 도서관의 독보적인 건물 외관에 감탄을 했다. 깔끔한 건물들 사이에 홀로 세월을 견뎌낸 고대 건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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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적 없는 도서관 내부였다. 해리포터 호그와트생이 된 것만 같아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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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학생들이 여기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맨체스터 대학생이었다면 이곳에 자주 왔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꺼내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전시용 책이라서 멋을 부린 채 인증샷을 남기기에는 인성 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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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관람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원래 보려던 시계탑이 있어 가던 중에 공사 현장으로 둘러싸인 모습을 발견했다. '어쩔 수 없지 뭐'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뜻하지 않게 못 가는 곳, 못 보는 곳이 생기더라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그저 이 순간에 내가 타지에 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하고, 후회가 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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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외로 도서관도 금방 둘러봤고, 시계탑도 못 보게 되자 시간이 넉넉했다. H는 이렇게 된 김에 맨체스터 대성당으로 한 번 가보자고 제안했고 나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즉흥으로 목적지를 정해서 가고 있던 중, 즉흥으로 한 핫초코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국에 있는 핫초코 체인점이었다.


핫초코의 초콜릿 당도를 정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항상 달달한 초코맛이 아는 핫초코를 마셔봤기에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다크초콜릿 베이스의 핫초코를 주문했다. 주문하면서 기다리는데, 밖에서 핫초코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모습에 눈을 반짝였다. 마침 자리가 생겨 H에게 기다리라고 말하며 황급히 바깥 자리를 사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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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달달한 음료는 끝까지 못 마시는 입맛을 갖고 있다. 핫초코도 단 음료라 굳이 찾아서 마시지 않는데, 여기서 마신 핫초코는 달콤 쌉싸름한 맛이 입안에서 가득 퍼져 하나도 질리지 않았다. 티 없이 맑은 하늘과 유럽 건물들을 바라보며 마시니 정말로 '외국'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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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낭만적인 순간을 놓칠 수 없어 우리는 서로 사진을 찍고, 셀카를 찍으며 인증샷을 남겼다. 사진을 찍고 나서 나와 H는 꽤 오랫동안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하늘을 아무 말 없이 봤다. 당시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한국에는 이렇게 길거리 앞에 깔린 바깥 테라스에서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적다. 있더라도 긴 웨이팅과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자리를 얻어야 한다. 반대로 이곳에서는 테라스 좌석에서 먹고 마시는 하루가 일상적이기에 길을 걷다가도 우연히 가게에 들러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다. 머릿속에서 그리던 영국과 유럽의 낭만을 소소하게 이룰 수 있어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다시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중간에 호박들을 걸어둔 나무가 보였다. 10월 말에 있을 핼러윈이 떠올라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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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으로 가는 중 한 광장에 도착했는데, 보자마자 헉 소리가 났다. 중세 시대에 있는 것만 같은 건물들이 눈 안에 들어왔다. 옛날 영국 사람들이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일상을 보냈겠지 상상하며 홀린 듯이 구경하러 갔다. 식당 메뉴를 보니 전형적인 펍이었다. 마침 저녁 메뉴도 정해지지 않았기에 나와 H는 마치 짠 듯이 '오늘 저녁은 이거다'라고 외치며 방방 뛰었다. 메뉴판을 훑으면서 먹을 것도 미리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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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반짝거리는 샛길에 빠지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드디어 대성당에 도착했다. 런던같이 대도시도 아니고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대성당이 아니라 솔직히 기대를 안 했는데, 푸른 잔디 위에 예쁘게 피어난 꽃처럼 성당이 건물들 사이에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어 너무 예뻤다. 이날 이후로 다른 영국 도시들을 방문할 때 어떤 성당이 있는지 찾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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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을 구경한 뒤 광장 쪽에서 잠깐 배회하다가 내가 가보고 싶었던 Heaton Park에 가기로 했다. 시내에서 버스 타고 30분 정도 가야 해서 시간이 남으면 가려고 했는데 마침 여유가 있었다. 나와 같은 사회학 수업을 듣는 J가 가보라고 추천한 게 떠올라 계획에 올려두었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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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들어가자마자 키가 큰 나무들이 우리를 반겼다. 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 가기 완벽한 장소였다. 그렇게 H와 이야기를 하며 걷다가 이번 여행에서 결코 잊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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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광활한 들판, 마치 옛날 Windows 컴퓨터 배경화면에 들어간 듯한 풍경이 시야를 꽉 채웠다. 이때의 감동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우리는 연신 '너무 예쁘다'는 말을 반복하며 사진을 찍었다. 들판 위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강아지가 보였는데, 우리도 그 강아지에 동화된 듯 폴짝폴짝 뛰었다. 눈부신 자연 풍경이 가져다주는 감동은 내가 가지는 차분함을 깨트린다. 행복해서 고조된 감정을 몸으로 표출하게 된다. 오후 5시가 다 되어갔기에 해는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낮게 깔린 해가 주는 눈부심은 더욱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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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기분, 함께하는 사람, 풍경 모든 게 다 들어맞는 완벽한 날이 이날이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공원을 둘러보며 산책했다. H와 나누던 주제 중 현재까지 교환학생 생활에 대한 감정을 공유한 게 기억에 남았다. 이번이 7학기라 부득이하게 6개월 동안만 지낼 수밖에 없었는데, 오히려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 내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직 영국 생활을 한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다 보니 3개월은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여행과 예상하지 못한 도전 과제들이 쏟아질지 불안하기보다는 기대가 되었다. 한 달조차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교환학생을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이렇게 많이 얻어도 되나 싶었다. 하루하루를 눈에 담고, 몸으로 온전히 느끼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하기에 교환학생 생활이 소중한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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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파도가 휩쓴 후 나가는 길을 찾았다. 중간에 의도치 않게 진흙길을 밟게 되어 신발이 더러워진 기억이 난다. 이런 순간마저도 하나의 시트콤 장면처럼 웃겼다. 가까스로 출구를 찾은 우리는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식당으로 향했다.


조금만 늦게 갔으면 예약 자리만 남게 되어 기다릴 뻔했다. 한자리를 운 좋게 꿰찬 우리는 맥주로 몸의 피로를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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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온 음식들도 성공적이었다. 특히 두 번째 요리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기억에 남았다. 위에 깔린 노란 매쉬드 포테이토 아래 야들야들한 양 갈비살이 소스와 잘 어우러졌다. 햄버거와 양 갈비 모두 맥주와 미치도록 잘 어울려 한입 먹을 때마다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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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날이 있다. 친구랑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대화의 깊이가 깊어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끊임없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순간들. 이날 H와 우리가 만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서로를 모르기 전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꾸밈없이 털어놓았다. 맥주 한 잔만 마셨을 뿐인데도 이야기에 취해서 내가 딱 좋아하는 술기운이 올라왔다. 술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적당한 감성에 빠져들어 내가 빛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순간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타이밍이 맞았던 이날 H와 좋은 추억을 한 켭 더 쌓았다.



맨체스터에서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여정을 마무리했다. H가 말했다.


"런던 때부터 그랬지만, 우리는 항상 후회가 남지 않는 여행을 하는 것 같아."


계획을 세세하게 세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여행지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온전히 느끼고 온다. 오히려 적당한 즉흥이 섞이니 성당이나 저녁 식사처럼 예상하지 못한 감동이 크게 다가온다. 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 순간 자체에 설레는 사람이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모두 새롭기 때문에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어떤' 기분과 생각을 하게 되는지가 중요하다. 셰필드 밖으로 벗어난 첫 여행. 맨체스터에서의 여행은 한국에 돌아가서 삶이 지칠 때 꺼내볼 기억첩(牒)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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