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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줏대 Jul 12. 2024

결국 겸손함이었음을


나는 위에 있다

이 세상 위에 있다

피로 젖은 가느다란 실 하나를 불안하게 붙들고

나는 이 세상 위에 있다



세상이 역겹다

그가 떨어졌다

나는 웃는다

차갑게

속으로 웃는다


나는 떨어진다


밑으로, 저 밑으로

역동의 군중 속으로 떨어진다

나는 불안하다

다시 올라가고만 싶다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나는 혼자 있다

수많은 분노와 욕망의 목소리와 함께

나는 혼자 있다

역겹다



그러다 고개를 숙여보았다

위의 빛이 보이지 않았다

허리를 굽혀보았다

다시 빛이 보였다


위의 빛이 아니었다

내가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빛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빛이

제각각의 방식으로

은은히 흘러나왔다


나는 눈물을 흘린다


내 두 발은 땅을 밟고 섰다

모두가 밟는 그 땅


모두는 그 앞에

동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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