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지 마세요!

by 김슬주

혹시 시 좋아하세요? 저는 소설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상하게 시에는 손이 안 가더라고요. 글도 참 종류가 다양한데, 편식하는 글이 있으면 제 표현의 수단도 하나씩 줄어드는 기분이라 요즘에는 대학 도서관에서 시집을 자주 빌립니다. 몇 권 읽다 보니 알았어요. 저는 시를 두려워했습니다.


흔히들 시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름답게 표현한다는데-제 얕은 시 상식에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정정 바랍니다-직접적이지 않은 온화함이 되려 공포를 느끼게 했습니다. 공포라니, 단어 선택에 더욱 신중을 가하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적절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저는 돌아가는 길을 무서워합니다. 오죽하면 어두운 골목길을 가로지르는 한이 있어도 지도 어플을 사용할 때 최단거리를 요청할까요?


농담이에요. 딱히 재미있는 농담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후회되네요.

각설하고, 쓰고 싶은 것의 기준은 얼마든지 빡빡해도 상관이 없어요. 되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구축하는 데 한몫할 수도 있죠. 그러나 쓰지 못하는 글은 없어야 합니다.


쓰지 못한다는 건 실력적인 면에서 뒤떨어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예요. 한 자 적어 내리는 것도 벅차서 결국 다 지워버리고 마는 그런 행위요. 당신이 그러한 쓰기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지적으로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지 제안하고 싶을 뿐이에요.


이건 제 신조인데, 써서 나쁠 것 하나 없습니다. 오죽하면 과학자들도 부정적인 감정을 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가 내려간다고 하겠어요?


그렇다면 왜 우리는 글을 편식할까요?

독자가 없는 글은 없거든요. 저는 이것이 두려움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쓰게 된다면 작성자 본인이라도 읽기 마련입니다. 모종의 이유로 본인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글은 언제까지고 그 자리를 지킬 거예요. 특히나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라면요.


오히려 내 글의 첫 독자가 나이기에 도망치고 싶습니다. 다들 일기를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은 후 혼자 얼굴 붉힌 경험 있으시지 않나요? 저는 꽤 되거든요. 물론 이젠 남들도 꼭 한 번은 지나쳤을 과정이라고 저를 달랩니다. 그러나 글에 자기 자신이 많이 녹아있을수록, 우리는 독자의 존재를 견디기 힘들어해요. 그러니 자신을 투명하게 내보일 수 있는 방편을 두고 환영하진 못할 망정 달아나는 것이죠.


말해주지 않는 이상 나의 이야기인 것을 모를 법한 글이어도 그 앞에서 유심히 굴러가는 두 개의 눈동자를 보면 얼어붙고 말아요. 제게 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와서 쓰다 보니 그런가, 남들에게 보여줄 때가 되면 왠지 실내 온도가 더 높아진 것 같고, 얼굴은 홧홧해지고, 대충 썼다며 괜히 어필하고 싶어 져요.


당신이 꺼리는 형식이라면 되려 당신을 담아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잠에 들기 전 일기를 쓴다면, 생전 안 써본 방식으로 작성해 보는 게 어떨까요. 저는 시를 쓰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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