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의 시작 by 라이머
라이머는 양조장 생산팀의 차장이다. 라이머와는 처음 옥상 흡연실에서 만났다. 그는 항상 레종 블랙 1mg 담배를 여유롭게 태우고 있었다. 라이머는 기존 (주) 한잔의 직원들과 다른 연기를 품어냈다. 그의 담배 연기에서는 사색을 즐기는 여유와 미래에 대한 고뇌가 품어져 나왔다.
출퇴근을 오토바이로 하는 특이사항이 있었으나, 오토바이 출퇴근은 (주) 한잔 내에서는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이다. 더욱이 스쿠터가 아닌 레이싱 모터사이클은 한국사회의 관념상 멋있다는 생각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다양성보다 전체주의적 분위기 때문에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많으면 누구나 자동차를 타야 했고, 대중교통을 타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의 이미지를 갖기 마련이다. 오토바이의 위험성은 이해하지만, 어쩌면 개인의 자유에 대한, 다양성에 대한 표현의 불가라는 점과 오토바이가 갖는 효율성 주차공간, 좋은 연비의 장점은 사라지게 된다.
종종 라이머와는 담배를 태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라이머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수행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무슨 업무를 하냐고 묻자 그는 담담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 한잔에서 급여는 정해져 있기에 일이 한가롭다는 것은 매우 호재인데, 이상하게 그에게서는 불안함이 뿜어져 나왔다. 시급이 높아지는 측면으로 보면 좋은 것이 아니냐 묻자 그는 너무 편하기에 개인의 발전이 없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며, 진지하게 대답을 하였다.
어느 날 라이머는 담배를 태우던 중, 이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KST라는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했고 맡은 업무는 과거 경력과 유사하다 했다. 라이머가 사직서를 내고 퇴사 절차를 밟고 있을 때, 절차상 총괄 책임자인 스탠리 상무와 면담을 하였고, 스탠리 상무는 KST으로의 이직을 아낌없이 칭찬했다고 말했다. 상무에게서 KST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느꼈고, 전도유망한 청년으로서 열심히 하라고 진심으로 기뻐해주었다 라이머는 말했다. 그렇게 라이머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고, 그의 레종 블랙의 향을 두 번 다시 맡을 수 없었다.
나는 문득 궁금했다. 스탠리 상무는 과연 무슨 생각인 것인가. 조직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원치 않은 것이 정상이라 생각했지만, 하버드 출신답게 조국의 발전을 위하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남은 회사 생활이 녹녹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