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시스템이라는 파란약
"에~ 할 생각하지 말어!"
김 부장이 항상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에~ 한다.'는 군대식으로 쉽게 말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깔아진다는 뜻이다. 직무 특성상 본사에서 근무해야 하는 나는 첫 입사부터 지방의 소도시에 본사를 둔 곳에서 사회주의 시스템을 접했다. 연말이면 승진 발표와 더불어 직원들의 인사이동이 있기에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김 부장은 항상 고향을 찾아, 아니면 서울로 가려는 직원들에게 본사를 떠나면 안 된다는 듯 '사업소 가면 에~만 할 줄 알지 보람이 없다.' 항상 말을 했었다.
그러나 우리 층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사를 떠나 본 적이 없기에 정확히 '에~ 한다.'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에~ 한다.'가 본사 밖, 사업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4년 후, 서울로 발령을 받고 나서 급 변화하는 세상 속 나의 생각과 태도에 나 자신이 에~ 하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정년 보장과 안정성은 내가 입사를 했던 2016년도만 해도 가장 중요한 회사원의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그 안정성은 어디서부터 주입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젖어있었고 매달 나오는 월급에 취해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쏟지 못했다. 즉, 나 자신을 위한 커리어를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의 시간을 지방의 소도시에서 있을 수 있던 것은 그곳이 장벽에 둘러싸여 변화와 새로운 물결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서 누구나 다 알만한 회사에, 부모님은 덩달아 오구오구하며 자랑처럼 여긴다면 더욱더 뽕에 취해있어서 어쩌면 깨어나지 못한 것인지, 깨어날 생각이 없던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곳에서 4년 동안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면, 나에게 세상과 싸울 수 있는 무기가 되어줄 스토리, 커리어는 아무것도 없었다. 20대 후반에 입사를 했지만, 젊은 나이에 나 스스로 어쩌면 혼자 스스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눈감고, 귀를 닫으며 시간과 돈을 등가 교환이라 여기며 세월을 흘려보냈다.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사회주의 시스템이 나에게 맞지는 않았지만, 나 스스로 내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오늘도 숨을 쉬고 있다.
이 이야기는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지어진 소설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사회주의 시스템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내용이며, 당연 장단점은 존재하고, 정답은 없다. 각자의 가치관에 각자에 맞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러나 정보의 시대에 아직도 정보가 부족한 지라 이 소설을 통해 사회주의 시스템의 맛보기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