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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약 Dec 17. 2023

파란 약 part.1

알바라는 또 다른 이름

알바였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직장이란 그저 편하게 워라밸을 지킬 수 있으면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모른 채 남들처럼, 남들과 같이 어울리면 된다 여겼다. 그러나 직업은 달랐다. 앞의 13명은 직업이 있었기에 직장을 옮겼다. 그러나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나는 내가 알바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찝찔함은 입을 헹군다고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모 차장은 그랬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 않나?"

"행복은 회사 밖에서 찾는 거지!"


어쩌면 나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친구들은 그랬다.


"그냥 대충 살아~"

"결혼하고 애 낳고 그러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는 갈증이 났다. 나의 시간에 대한 목마름이. 어쩌면 홀로서기에 대한 자유가 고팠다. 매일 지하철 2호선은 항상 만원이었고, 부지런한 듯 분주하게 지각없이 출근을 해왔다. 베짱이는 아닌 개미로서. 그렇게 7년을 달려왔지만, 정작 나는 나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경력이 없었다. 매일 8시간씩 주 5일을 라면이나 커피를 끓여도 물조절 장인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돌이켜 본데 내가 했던 일들은 누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 꿀 알바에 만족해 살아왔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달콤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종속시켰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그렇게 정원의 30%의 직원들은 다른 둥지를 찾아 떠났지만, 신기하게도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 대부분은 그저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거 같았고, 모여서 건설적인 이야기보다는 잡담과 불안과 걱정에 대한 말든만 이어졌다. 싫증이 났다. 모여서 힘을 합쳐서 불안을 떨쳐내려 걱정을 하는 것들이 매너리즘으로 이어져가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일을 일이 아닌 알바라 생각하면 편하다. 아르바이트생은 그저 그 시간대에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일종의 트레이드이기 때문이다. 성장과 고정의 마인드셋 관점에 있어서 무엇이 좋은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대충 산다는 것이, 사는 게 다 똑같다는 것이 슬플 수도 아니면 행복일 수도 있다. 태초에 사냥을 하기 위해 달려야 했던 인간이 걷기만 해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건 각자의 기질의 차이라 생각한다. 옳고 그름이 아닌 그저 자신의 숙명이라 위안하며 오늘도 잠시나마 끄적여 본다.


'대충 살자, 근데 뭐라도 하면서,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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