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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Mar 30. 2023

남편의 집밥예찬

집밥은 사랑입니다

남편은 총각 때부터 외식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이 50이 되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뒤로 집밥 예찬론자가 되었다. 요리 못하는 아내의 음식도 무조건 맛있단다. 그 속마음 뒤에는 외식비에 대한 공포가 있다. 그걸 아는 나는 정성껏 매끼 요리를 한다.(맛은 보장 못하지만)


오래간만에 주중에 쉬는 날. 10년 차 부부는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점심메뉴를 고민 중, 남편이 라면을 먹겠다기에 내 것도 끓이라고 했다. 나도 남이 해주는  음식 좀  먹어보자.  잠시 고민하던 남편은 자기는 라면보다는 국수를 좋아한단다. 즉 자기는 라면 끓이기 귀찮으니, 나보고 국수를 해달라는 이야기다. '그래 마누라한테 한 끼 얻어먹고 싶구나' 짠해져  뚝딱뚝딱 국수 한 그릇을 만들어 내놓으니 개눈 감추듯 먹더니 아주 맛있단다. 빈말을 못하는 사람인데 두 번이나 강조하며 이야기하는 거 보니 정말 국수가 먹고 싶었거나, 정말 라면 끓이기 싫었나 보다.


그렇게 해서 10년 차 부부는 어느 평범한 점심시간을 평화롭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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