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기

내가 살기 위해

by 제니퍼

검도 학원 다녀온 큰아이가 저녁 9시에 애니메이션을 보겠단다. 영수학원 숙제를 하나도 안 한 상태라 숙제하다 잠자라고 했더니 끝까지 영화 보겠다는 말만 한다.


'애니메이션 끝까지 보려면 너무 시간이 늦어 안된다. 평일에 숙제하면 주말에 보여주겠다'하고 둘째와 안방에 들어가 아이를 재우는데 10시 반까지 놀던 큰아이가 그제야 자겠다고 안방에 들어온다.


5학년이니 넌 혼자 잘 수 있다고 너 방에 자라고 했더니 엄마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며 달밤에 헤드폰 끼고 피아노를 치다 슬며시 안방에 들어와 잔다.


아침.

아침밥을 먹으라 했더니 배가 부르다며 종이인형놀이를 하신다. 목에 가래가 끼고 아프니 학교를 안 가고 병원에 들렀다 등교하겠단다. "학교 자꾸 지각하면 안 된다. 어제 아무 말 안 한 걸 보니 증상이 심한 거 같지 않으니 하교 후 병원에 가자" 했더니 자기는 시간이 없단다.


내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내 폰을 만지는 큰 아들을 보자 참았던 분노가 터진다. 소액결제로 70만 원이 로블록스에서 결제된 뒤 절대 엄마폰은 만지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 학교 시간표를 보기 위해 만졌다던 큰아이가 둘째를 때리면서 둘째가 보라고 시켜서 본 건데 엄마한테 혼났으니 둘째를 때렸단다.


큰아이 담임 선생님께선 학기 초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물음에 적합한 대답도 하고, 사물함 정리하라고 하면 한다며 우리 반의 재롱둥이라고 표현하셨다.


학원 선생님께선 사춘기가 좀 빨리 온 거 같다고 선생님 말씀을 안 듣고 집중을 안 한다고 하신다. 그 학원은 아이가 원해서 보낸 건데 바로 정리할 생각이다. 집중 못하고 공부 안 하는 곳에 돈을 쓸 이유는 없다. 다니고 싶다면 공부를 했어야지.


아이는 매우 즉흥적이고 쾌락적이다. 자극적이고 단것만 찾고 집밥 및 급식은 먹지 않는다. 숙제를 안 하는데 학원은 다니겠단다. 친구 때문에 다니는 거 같다. 학원 시간도 본인 마음대로 변경한다. 숙제는 안 하고 하루 종일 종이인형놀이를 하거나 만화책을 본다.


내가 살기 위해 아이와 거리를 둬야겠다.


내가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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