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고등학교 동창한테 울면서 전화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나한테 "미친년"이라고 했다고. 자살하겠다고 말하는데 병원에 데려가야 할 거 같은데 병원에 안 가겠다고 아이가 버틴다고. 정신과 약먹이기가 너무 무섭다고.
우리에게는 20대부터 우울증 약을 먹은 친구 J가 있다. 그녀는 말했다. 정신과약은 정말 신중해야 하는 거 같다고. 50이 다 돼 가는데도 약을 끊지 못한다고. 그녀는 약을 끊지 못해 아이도 가질 수 없었고, 약이 없으면 잠도 못 잔다.
아이와 갈등의 시작은 햄버거를 사달라는 청을 들어주지 않아서였다. 전날 구토를 하고 설사를 해 아이는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다. 의사 선생님은 장염이 유행이라고 음식을 조심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오늘 햄버거를 사주면 안 될 거 같았다.
남편은 아이를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아이만 자극했다고 했다. 햄버거를 사주지 이 사단을 만들었다는 거다. 아파도 지가 아픈 거고, 책임도 지가 져야 한다는 거다. 본인이 가족과 함께 있어주지 못하니 나보다 힘이 센 아들은 자극하지 말라는 의도였을 거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왜 미성년자인가? 본인이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미성년자인 거다. 부모가 힘들어도 원칙을 지키고 버틸 때 아이는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걸 구분한다.
부모에게 욕하고 죽겠다고 협박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 청을 들어주면 '이런 식으로 하니 엄마가 꼼짝없이 내 말을 들어주네 이게 통한다'는 생각에 아이는 더 폭군이 된다.
ADHD약을 먹이면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학업성적도 좋아지고 아이의 자아상도 좋아진다고 한다. 약을 먹이는 엄마들이 죄책감이 들 정도로 아이를 다루기 쉬워진다고.
학교에서 약물오남용 수업을 들은 아이는 공부 잘하는 약은 마약이며 본인은 ADHD가 아니니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한다.
죽고 싶다고 말을 하는 너 역시 힘들지 않냐고 의사 선생님께 도움을 받아보자해도 아이는 요지부동이다.
친구에게 도망가고 싶다고 했다. 자식이고 뭐고 나부터 살고 싶다고 했다. 친구는 너는 그렇수 없는 애라고 했다. 네가 그렇게 힘들어도 버티면서 아이한테 안 좋을까 봐 정신과약 안 먹이는 너 같은 애가 어떻게 아이들 두고 집을 나가냐고.
전쟁 같은 날들을 보내던 중 남편이 친구가 놀러 와 같이 1박 하며 한잔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50이 넘으니 정말 친구들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이제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고. 문득 나는 언제 친구를 만났는지 기억이 안 난다. 12년 동안 2번 정도 봤나?
그의 감상을 들어주기엔 나의 하루하루가 너무 버라이어티 하다.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