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갑자기 내린다. 첫째 아들에게 우산을 갖다 주기 위해 급히 집을 나섰다. 쉬는 시간에 일등으로 나오는 안경 쓴 아담한 여자 아이에게 큰아이 이름을 말하며 그 아이에게 전해달라 우산을 건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둘째 아들과 똑같은 책가방을 멘 체구 작은 남자아이가 비를 맞고 서있다. 이 시간에 하교하는 걸 보니 방과 후 수업을 들었나 보다.
"우산이 없니? 엄마는 안 오시니? 집은 어디니?"
아이가 가리킨 곳은 길 건너 아파트 단지.
아이와 우산을 같이 쓰고 가다 보니 작은 여자아이 손을 잡고 헐레벌떡 뛰어오는 여자가 있다. 옛날 내 모습이 겹친다.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녀에게 나도 1학년 짜리 아들이 있다고. 비 맞고 있는 게 마음이 안 좋아 바려다주는 길이였다고 말하며 잘 가라고 인사한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거 같아 기분이 좋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는 큰아들을 봤다. 그런데...
우리 아들보다 5cm는 더 커 보이는 안경 쓴 여자 아이가 내 아들 우산 속으로 쏙 들어오며 자기도 씌워 달란다.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는 아들과 싱긋 웃는 여자아이.
두 아이가 너무 귀엽다. 내가 10살 때는 저런 숫기가 없었는데 저 친구는 참 씩씩하네. 우산 하나를 같이 쓰는 두 녀석을 엄마 미소로 바라보며 비 오는 날 좋은 추억 하나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