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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May 25. 2023

맨홀에 빠지다

주변의 위험

아이들 학교 보내고, 운동하고, 장 봐서 집 앞에 도착하니 아파트 입구에 똥물이 흥건하다. 화장실 수관이 막혀서 역류했다는데 그런가 보다 남의 집 불구경하는 시선을 던지며  집에 와  집안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1학년인 둘째 영어학원 데려주고 집에 돌아오니, 3학년 큰아이가 학원 갈 준비를 한다. 잘 다녀오라고 안아주고 뒤돌아 마저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학원 간 큰아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똥물을 뒤집어쓰고 울며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 맨홀에 빠졌어. 가슴까지 물이 찼어"

똥독이 오를까 급하게 샤워를 시키고 마른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힌 뒤 관리실에 전화를 했다.


공사 중인 거 아는데 맨홀 뚜껑을 열어놓으면 어떻게 하냐. 우리 아이가 빠졌다. 파티션을 치든지, 사람이 지키고 서 있든지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또 다른 아이가 다칠 수 있으니 당장 조치를 취해달라.


물이 빠져나오는 거 보려고 맨홀 뚜껑을 열어놓고 옆동 맨홀을 보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죄송하다는 멘트가 돌아왔다. 큰아이 학원 보내고 밑에 내려가보니 그 사이 맨홀 주변에 파티션도 쳐놓고, 관리 직원 두 분이 서 계셨다.


큰아이는 가슴까지 오는 똥물이었으니 빠져나왔지,  작은아이였다면 코까지 물이 찼을 텐데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어른들의 부주의로 다치거나, 죽는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다. 허리에 피멍 든 큰아이의 상처를 보며 속상한 마음에 일기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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