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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Jul 03. 2023

6,300원의 행복

무소뿔처럼 혼자 가라

남편이 오래간만에 쉬는 날.


내가 데이트 신청을 했다.


남편은 산책하고 커피나 마시고 올 텐데 돈이 아깝다고 했다. 보온병에 싸서 가자고 했더니 점심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본다. 국수 한 그릇 사 먹자고 했더니 돈이 너무 아깝지  않냐고 반문한다. 순간 기분이 상한 나는 알겠다며 혼자 운동하러 나왔다.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 쓰는 돈을 아까워하는 이 남자 때문에 너무 마음이 상한다. 친구 만나 술값은 잘 내는 사람인데 가족들한테는 야박한 이 남자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나도 돈 벌러 나갈 계획이다. 10년 전업주부로 살며 뼈저리게 느낀 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


돈 못 버는 혹은 안 버는 자는 자신에게 매우 인색하게 돈을  쓴다. 배우자도 상대에게 그렇고(딴 집은 모르겠고 우리 집의 경우는 그렇다)


오늘은 아이들 등교시키고 동네 한 바퀴 돌다 새로 생긴 샌드위치 가게를 발견했다. 제일 저렴한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사 먹었다. 가격은 총 6,300원.


시원한 에어컨바람 나오는 매장에서 책을 읽고 주문한 음식을 먹는다. 일주일 동안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 풀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나를 달래는 일에도 돈이 필요하구나!


그럼에도 6,300원어치  행복은 참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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