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서 강낭콩 한알을 소중하게 들고 왔다. 학교에서 키운 건데 선생님께서 친구들에게 한알씩 주셨다고 한다. 강낭콩 한알로 무엇을 할지 8살 남자아이와 토론을 했다. 나는 밥 할 때 넣어 먹자고 했고, 아이는 한알밖에 되지 않으니 화분에 심자고 했다.
결국 강낭콩 주인인 아이의 승리로 우리는 빈 화분에 강낭콩 한 알을 심고 물을 듬뿍 주었다. 사실 나는 과연 저기서 싹이 날까? 안에서 썩어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두 아들을 키우며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세탁물을 건조하기 위해 빨래를 한아름 안고 건조기옆에 갔다 10cm가 넘게 자란 초록식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새 강낭콩이 싹을 띄워 자신의 존재를 만천하에 알리고 있었다. 난 네가 이렇게 잘 자랄 줄 몰랐단다. 척박한 환경에서 죽지도 않고 잘살아주었구나.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 강낭콩 싹을 보며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나도 아이들도 매일매일 자라고 있다. 강낭콩을 보며 그냥 헛되이 흐르는 시간은 없음을 깨달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