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할 때 어떤 남자가 쫓아와 연락처를 주고 갔다. 그때는 그랬다.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쫓아가 자기소개 후 상대 여자에게 연락처를 달라고 했으나 안 줄 경우에 자신의 연락처 주고 사라지곤 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는데 몇 년 동안 짝사랑했다며 이제는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도 생겼으니 용기 내서 말을 건다는 판다같이 생긴 그 남자와 통성명 끝에 고등학교 5년 후배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는 직장생활에 너무 치일 때여서 마음에 여유도 없었고 상대가 내 스타일도 아니어서 친구라도 하자는 그를 단칼에 잘랐다. 충분히 누군가에게는 사랑받을만한 남자였다. 나를 좋아한다는 마음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다. 큰아이 데리고 친정에 갔는데 그 친구를 아파트 단지 앞 파리바게트에서 마주쳤다. 내 아이보다 조금 더 어려 보이는 여자아이가 매미처럼 그에게 달라붙어있었다. 잠깐 눈이 마주쳤으나 모르는 척했다.
역시 그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을만한 사람이었다. 잘살고 있는 것 같아 보여 마음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