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옷 입는 법

중년의 옷차림

by 제니퍼

유니클로에서 19,000 원하는 리넨 원피스가 곧 품절이다. 냉큼 결제하니 다음날 박스 하나가 우리 집 문 앞에 있다. 모델이 입었던 핏을 상상하며 얼른 입어보았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부끄럽다. 복부는 옷이 터질 거 같고, 가슴은 너무 파였다. 절대 밖에 입고 못 나가겠다.


젊었을 때는 아무 옷이나 소화했던 거 같은데 이제는 나이를 의식한다. 이렇게나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니.... 동생이 웃으며 세월을 언니만 정통으로 맞았다고 했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보톡스와 성형에 도전해 볼까 잠시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돈도 없거니와 아플 거 같아 포기한다.


세월에 신경 끄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며, 삼시세끼 건강한 식단에, 잠이나 푹 자야겠다. 누구나 공평하게 나이를 먹는다. 아무 옷이나 소화했던 젊은 날의 나는 사라졌지만 오늘이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기에 한탄할 시간도 아깝다.


아까 읽던 책이나 다시 봐야겠다. 이 세상과 작별하는 날 후회 없이 잘 살았다고 웃으며 떠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원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야지. 우울해하거나 울고 있을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옷은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사이트에서 다시 찾아봐야겠다. 복부비만 따위는 거슬리지 않게 넉넉한 디자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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