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수학 단원평가에서 55점을 받았다. 공부를 안 시키는 것도 아닌데 어쩜 이리도 못하는지 참 속상하다. 아이 등교시키고 교문 앞에서 딸을 향해 손을 흔드는 짝꿍엄마를 만났다. 짝꿍은 100점을 받았단다.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다. 짝꿍엄마 옆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공부를 집에서 시키는데 왜 이렇게 틀려오는지 모르겠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나 혼자 하고 있다.
둘째 등교시키고 돌아서 집으로 가는 길. 저 멀리서 3학년인 큰아들이 학교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늦장 부리다 지각할 거 같으니 양말도 못 신고 슬리퍼 끌고 뛰쳐나온 모양이다.(같은 반 친구가 늦게 등교하다 킥보드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해서 담임선생님께서 지각하면 무조건 청소시킨다고 하셨답니다) 그 꼴을 보자니 열이 받아 뚜껑이 열린다. 내 아들과 같은 꼬락서니로 등교하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리 화가 나지 않았을 텐데 다른 아이들은 양말에 운동화를 신고 등교하고 있다.
너무너무 아들들이 밉다. 아무리 공부를 시켜도 못하는 둘째가 밉고, 항상 단정치 못하고 덜렁대고 말도 더럽게 안 듣는 첫째도 너무너무 밉다.
동네 한 바퀴 돌고 샌드위치가게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열심히 산 나에게도 보상이 필요했다. 오늘 같은 날 아이들이 아침에 남기고 간 밥을 점심으로 때우기 싫다. 단숨에 샌드위치를 먹어치우니 배가 든든해져서인지 기분이 다시 좋아진다. 생각해 보니 아무리 공부를 해도 못하는 둘째가 불쌍하다. 10살인 첫째도 더 이상 내가 쫓아다니며 챙겨줄 수 없다. 슬리퍼를 신고 다니든 맨발로 다니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가 져야 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할 수 없는 일은 포기하고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제게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