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젤리'는 사랑입니다
'아들'을 움직이다
8살 둘째 아들은 저번달부터 '사고력 수학'이라는 걸 배운다. 한글 쓰기가 잘 안 되는 아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잘 다니고 있다. 딱 하나 애로사항은 학원까지 가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 15분이면 갈 곳을 길바닥에서 운다고 세월아 네월아 시간만 보내기 일쑤.
그러던 차 저 멀리 나의 구세주 편의점이 보였다. 달리기 1등만 받을 수 있는 간식이라며 한껏 아이를 치켜 세운 후 아이가 고른 천 원짜리 지렁이젤리를 냉큼 품에 안겼다. 지렁이젤리를 먹고 기분이 좋아진 아들은 인심 쓰듯 엄마도 먹어보라며 한 마리를 선뜻 내민다.
10살짜리 큰 놈은 맛난 게 있으면 '엄마 먹지 마'라고 말한 후 지 혼자 먹는데 둘째는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맛난 건 엄마랑 나눠먹는다. 할아버지께 받은 용돈도 큰 녀석은 얼씨구나 받아 다 써버리는 반면 둘째는 은행에 저금해 달라며 나에게 내민다.
기분 좋게 학원에 들어간 녀석을 보며 천 원의 행복(지렁이 젤리 가격)을 만끽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