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학교 향해 100m 달리기
나는 뛸 수 있다.
드림렌즈를 끼던 3학년 첫째가 눈이 아파 하루만 렌즈 끼는 걸 쉬고 싶단다. 그러라고 하고 아침 등교 준비로 정신이 없었는데 1학년 둘째와 같이 등교하기 싫은 첫째는 배가 아프다는 둥 또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둥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동생이 먼저 등교할 때까지 집에서 빈둥거린다.
양치는 아빠가 저녁에만 해도 된다고 했다며 아침 양치를 거부하는 둘째에게 그래서 네 아빠는 그 나이에 임플란트를 한다고 너도 아빠처럼 되고 싶냐고 했더니 조용히 양치를 시작한다. 둘째 양치 시키고 시계를 보니 8시 20분.
얼른 집을 나서 둘째 등교시키고 집에 가는 길, 첫째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8시 26분. 큰아이 책가방을 보니 안경도 없다. 하루종일 칠판이 안보일 텐데 걱정이 앞선다. 30분까지 등교해야 하니 4분 남았다고 얼른 학교가라고 아이에게 외치고 집을 향해 뛴다. 아이방에서 안경을 찾은 후 학교를 향해 전력질주. 도중에 아이나 아이친구라도 만날까 기대했는데 아무도 없다. 교실까지 가서 아이에게 준비물 전해주는 게 나는 너무 부끄럽다.
교실 앞에서 나오는 학생이 있을까 한참 서성이다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빼꼼히 교실문을 열었더니 반친구 한 명이 나를 본다." ○○야! 너네 엄마 왔어. 준비물 좀 가지고 다녀!" 그 아이가 소리치자 반전체 아이들의 눈이 나에게 쏠린다. 큰아이가 안경을 받아가고 담임선생님과 눈인사만 나누고 얼른 돌아서서 집을 향해 걷는다. 열불이 터진다. 안경 갖다 주지 말걸 그랬나? 안 보여서 칠판을 볼 때 자꾸 찡그린다고 안경을 쓰든, 드림렌즈를 끼든 해야 할 거 같다는 학원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은 터라 더더욱 모른척하기가 힘들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도서관 귀퉁이에서 책을 읽으며 오늘은 나에게 휴가를 주려한다. 자꾸자꾸 화가 나는 게 휴식이 필요한 증거다. 집에 안 가고 여기서 책 읽다가 점심도 사 먹고 달달 커피도 한잔 마셔야지. 혼자 이런저런 공상을 하고 있는데 큰아이가 새로 오픈한 분식집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말한 게 생각난다. 점심은 대충 집에서 먹고 아이 하교하면 떡볶이에 순대까지 사줘야겠다. 아이가 요즘 잘 먹는 걸 보니 크려고 입맛이 당기나 보다.